일본어 못하면 라멘 한 그릇에 '2만 원'

최근 일본 오사카를 방문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맛집 탐방도, 쇼핑 정보도 아닌 바로 인종차별과 바가지 상술이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인 오사카 난바역 인근의 한 라멘집이 특정 국가 국민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올렸다가, 정작 뒤에서는 외국인들에게만 비싼 가격을 받아온 이중 가격 실태가 드러나며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이었다. 해당 라멘집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인 손님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지를 게재했다. 매장 측은 중국인 손님이 매장에서 문제를 일으켜 경찰까지 부르는 소동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외국인이 일으키는 문제의 90%가 중국인인 만큼 앞으로는 아예 받지 않겠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게시물은 올라온 지 단 하루 만에 조회수 2,600만 회를 돌파하며 전 세계 네티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 공지를 접한 네티즌들이 해당 매장의 과거 행적과 실제 운영 방식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 매장의 키오스크 화면을 직접 촬영한 인증 사진들이 속속 올라왔다. 사진 속 충격적인 사실은 언어 설정에 따라 메뉴 가격이 완전히 다르게 책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어 메뉴를 선택했을 때 기본 라멘의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950엔(약 9,000원)이었다. 가장 비싼 메뉴조차 1,350엔(약 1만 2500원) 수준이다. 그러나 화면을 영어 등 외국어 모드로 바꾸자, 가격은 돌변했다. 기본 라멘은 1,500엔(약 1만 3900원)으로 껑충 뛰었고, 최고가 메뉴는 무려 2,200엔(약 2만 400원)까지 치솟았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라멘 한 그릇에 최대 2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했던 셈이다.

 

실제 구글 리뷰 등 평판 사이트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여행객들의 증언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한국인 이용자들의 후기는 더 구체적이다. 한 한국인 관광객은 메뉴판 가격이 이상해 일본어 메뉴를 확인하려 하자 직원이 몸으로 막아서며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일본어로 충분히 주문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강제로 한국어 설정이 된 화면으로 주문하라고 강요했다는 경험담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현지 일본인 네티즌들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같은 일본인으로서 무척 부끄럽다거나 이런 인종차별적인 가게는 일본 망신이니 가지 말라는 식의 비판 리뷰가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특정 국가 손님을 거부하는 차원을 넘어, 외국인 전체를 기만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해온 몰상식한 상술이 일본 사회 내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쯤 되자 매장이 처음 공지로 내걸었던 중국인 출입 금지 사태의 본질에 대해서도 새로운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중 가격 체계를 알아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장 측에 정당한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고, 이를 덮기 위해 매장 측이 오히려 상대방을 문제아로 몰아가며 출입 금지라는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즉, 자신의 부당한 이중 가격 정책이 탄로 날까 봐 특정 국적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일본 관광업계에서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과 과잉 관광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에게 더 높은 요금을 받는 가격 이중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제도하에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이번 사례처럼 손님이 알아채지 못하게 언어별로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거나 원천적인 정보를 차단하는 방식은 명백한 사기이자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오사카 난바 지역은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 시 반드시 들르는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식의 혐오와 차별, 바가지 상술이 판을 친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순식간에 불쾌감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중 가격이 의심스러울 때는 반드시 현지어 메뉴와 비교해 보거나 주변의 다른 매장 시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적극적으로 영수증을 챙기고 관련 리뷰 사이트나 영사관 등에 신고하여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오사카 라멘집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일본 내 관광 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정 국적에 대한 혐오를 방패 삼아 외국인 전체를 상대로 부당 이득을 챙기려 했던 매장의 행태는 결국 전 세계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며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많은 관광객 사이에서 해당 매장의 이름이 블랙리스트로 공유되고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행핫클립

관광객 물놀이에 생태계 훼손 우려…영국 비버리, 콜른강 보호 나선다

잉글랜드 코츠월드에 있는 비버리 지역 의회가 마을을 가로지르는 콜른강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관광객들의 잦은 물놀이와 쓰레기 투기로 강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강변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선 것이다. 비버리는 평소 약 6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성수기에는 하루 방문객이 최대 2만 명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콜른강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강변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물에 들어가거나 강 안을 걸어 다니는 행동이 이어지면서 지역의 자연환경을 둘러싼 갈등도 커졌다.문제는 일부 방문객의 물놀이가 강의 생태환경을 해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이 강둑에 앉아 발을 담그는 것은 물론 물속을 걸어 다니고, 강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해 머무는 사례도 나타났다. 강 주변에 음료수병과 커피 컵 등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할 관광지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크레이그 채프먼 비버리 지역의회 의장은 관광객들의 행동이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여름철 더운 날씨에 방문객들이 강둑에서 발을 물에 담그고, 강 안을 걸어 다니거나 심지어 물속에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행동이 야생동물에 매우 해롭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콜른강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동을 줄이고 강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생활 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콜른강에는 백조와 오리뿐 아니라 물밭쥐와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특히 물밭쥐가 사는 강 주변 지역은 보호 대상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생태계 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관광객들이 물에 들어가거나 강바닥을 밟고 이동하는 행동은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을 교란할 수 있다. 여기에 쓰레기 투기까지 이어지면 수질과 주변 환경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채프먼 의장은 울타리 설치가 당초 원했던 해결 방식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콜른강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관광객의 방문 자체를 막기보다는 무분별한 접근과 행동을 제한해 지역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취지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인 만큼, 장기적으로 관광 자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환경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관광객 증가로 인한 부담은 자연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도 교통 혼잡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비버리는 17세기에 지어진 직조공들의 오두막으로 유명하며, 영화 ‘스타더스트’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19세기 영국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가 이곳을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묘사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50곳’에서 1위를 차지해 관광객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하지만 마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늘었다. 관광버스가 좁은 도로에 몰리면서 차량 정체가 발생하고, 일부 방문객이 사유지에 들어가거나 주택 내부를 촬영하려 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풍경을 즐기기 위한 방문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집과 생활 공간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을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관광객과 주민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비버리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크리스 와츠는 주말에는 마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는 점을 알고 이사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이 마을을 홍보하는 것도 관광객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SNS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이 널리 알려지면서 방문 수요가 늘어났지만,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도로와 생활 기반시설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14년 동안 비버리에 거주한 브라이언 스카다는 관광객들의 무례한 행동과 사생활 침해를 견디기 어렵다며 아내와 함께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들어 배려 없는 관광객이 늘었고 그 수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때로는 현관문 밖으로 나가거나 집 앞 도로에서 차량을 움직이는 일조차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관광객을 통해 지역이 알려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민들이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비버리의 사례는 관광 명소의 인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적 건축물, 영화 촬영지라는 매력은 방문객을 끌어들이지만, 관광객이 급증하면 자연환경 훼손과 교통 혼잡, 사생활 침해 같은 부작용도 뒤따를 수 있다. 특히 SNS를 통한 관광지 확산은 특정 장소에 방문객이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할 수 있어 지역의 수용 능력을 고려한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결국 관광지를 지속적으로 보전하려면 방문객을 유치하는 것뿐 아니라 자연과 주민의 생활을 보호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콜른강 주변 울타리 설치는 관광객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치인 동시에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관광객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주민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을 책임도 있다는 점에서 비버리의 대응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