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커플이 전시장 한복판에 누웠다, 티노 세갈의 구성된 상황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정적인 공기가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몸짓으로 채워진다. 고전적인 조각상들이 즐비한 전시장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낯선 풍경은 세계적인 예술가 티노 세갈의 국내 첫 개인전이 불러온 변화다. 그는 물질적인 형태가 없는 예술을 지향하며 관객에게 오직 찰나의 경험과 기억만을 남기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행위 예술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미학적 사건을 예고하고 있다.

 

로댕의 묵직한 청동 조각들이 호위하듯 서 있는 공간에서 남녀 무용수가 천천히 몸을 섞으며 움직인다. 세갈의 대표작인 '키스'는 19세기의 인체 조각이 가진 영원성을 21세기의 살아있는 신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미술관은 이 작업을 위해 실제 연인 관계인 무용수들을 모집하여 감정의 진실성을 더했다. 작가는 이들을 단순한 퍼포머가 아닌 '해석자'라 부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구성된 상황'으로 정의한다. 이는 정지된 청동상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근육이 교차하며 불후의 순간을 빚어내는 과정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보안요원 복장을 한 해석자들이 갑자기 관객을 둘러싸고 춤을 추며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라고 외치는 광경은 당혹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한다. 세갈은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보다 미술관이 관객과 상호작용하기에 더 적합한 장소라고 믿는다. 그는 예술을 작가와 관객이 함께 즐기는 일종의 게임으로 간주하며, 정해진 각본 안에서도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매번 다르게 완성되는 상황을 즐긴다.

 

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기록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며 도록조차 제작하지 않는다. 예술은 오직 현장에서 보고 느낀 기억을 통해서만 전파되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는 아주 오래전 노래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졌던 방식과 닮아 있다. 세갈은 몸으로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관객들이 휴대전화 화면을 통하지 않고 오직 눈과 마음으로만 작품을 담아가길 요구한다.

 


독일의 공업도시에서 성장한 세갈은 자원 채굴과 생산 중심의 산업 사회가 생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무용을 전공한 그의 독특한 이력은 물질적 소유를 거부하고 행위 자체에 가치를 두는 작업 철학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체를 비우고 대화로만 채우거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세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평소에도 저탄소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와 배를 이용해 이동하며 자신의 생태적 신념을 일상에서 실천한다.

 

리움미술관 로비에서 선보이는 신작을 포함해 이번 개인전에는 총 8점의 퍼포먼스 작품이 출품된다. 중앙 홀의 작품은 6주마다 다른 구성으로 교체되어 관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3월 3일부터 6월 28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 6천 원이다. 관객들은 카메라 렌즈를 내려놓고 오직 현재의 순간에 몰입하며 세갈이 설계한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상황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여행핫클립

한국의 산티아고를 걷다, 신안 12사도 순례길 2박 3일 여행

연유산으로 지정된 신안 갯벌의 비경을 배경으로 한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을 테마로 삼았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빗대어 이름 붙여진 이 길을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섬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2박 3일 일정이다.이번 패키지의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투숙객에게 제공되는 압도적인 체류 시간이다. 일반적인 호텔 투숙이 오후에 시작해 오전 일찍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상품은 '2박 3일 64시간 스테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도입했다. 첫날 새벽 6시라는 이른 시간에 체크인을 허용하고, 마지막 날 밤 10시까지 방을 비우지 않아도 되는 레이트 체크아웃 혜택을 결합했다. 사실상 2박 비용으로 3박에 가까운 시간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여행객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은도와 인근 섬들을 구석구석 탐방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됐다.패키지 구성품 또한 걷기 여행과 휴식의 균형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객실 숙박과 더불어 매일 아침 제공되는 조식은 기본이며, 세계 각국의 와인 15종을 시음할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가 두 차례 포함되어 저녁 시간의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순례길 여정 중에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런치박스와 리조트 내에서 사용 가능한 석식 바우처까지 제공하여 여행객이 먹거리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여행의 핵심인 12사도 순례길은 기점도와 소악도 등 신안의 작은 섬들을 잇는 신비로운 길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노두길을 통해 섬과 섬 사이를 건너는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의 수평선을 따라 걷다 보면 세계적인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해 만든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마주하게 된다.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경관과 이국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져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리조트 측은 64시간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추천 코스도 제안했다. 첫날에는 퍼플섬과 1004뮤지엄파크를 방문해 신안의 색채를 경험하고 백길해변의 낙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둘째 날에는 배를 타고 대기점도로 이동해 약 12km에 달하는 순례길 본 코스를 완주한 뒤 와이너리 프로그램으로 피로를 푼다. 마지막 날에는 무한의 다리 산책이나 두봉산 트레킹, 혹은 둔장어촌체험마을에서의 백합조개 채취 등 자은도만의 다채로운 체험 활동을 즐긴 후 밤늦게 귀가하는 일정이다.호텔 관계자는 세계가 인정한 신안 갯벌의 가치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12사도 순례길을 걷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도입한 장기 투숙 혜택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은도라는 섬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여행객의 가슴 속에 깊이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신안의 바닷길을 따라 걷는 이 특별한 여정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치유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