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뉴욕 길들이기', 치졸한 정치 보복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시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 이후 뉴욕에 대한 연방 기금 지원을 중단하거나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 당선인을 ‘공산주의자’로 비난하며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공언해온 협박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승인만 떨어지면 언제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분위기다. 현재 백악관과 맘다니 시장 인수위 사이에는 아무런 소통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시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일 연방정부 셧다운 첫날, 백악관은 다양성 정책을 문제 삼아 뉴욕주에 지원하기로 했던 18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을 전격 중단했다. 이 자금은 교통 체증 완화를 위한 대중교통 개선 사업의 핵심 재원이었기에, 뉴욕시의 교통 인프라 확충 계획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연방 기금 지원 중단까지 실행에 옮긴다면, 뉴욕시의 재정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2025 회계연도 기준 뉴욕시가 지원받은 연방 자금은 100억 달러로, 시 전체 운영예산의 8.3%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돈은 주로 교육, 주택, 사회 서비스, 저소득층 지원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사용되어 왔기에, 지원이 끊길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신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인물이 미국 최대 도시의 수장이 되자, 연방 정부의 권한을 이용해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맘다니가 당선되면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금액을 제외하고는 연방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선 이후에는 “뉴욕을 사랑하기에 새 시장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재임 중 성공하고 싶다면 워싱턴 D.C를 존중하라”는 경고를 날리며 사실상 ‘충성’을 요구했다. 이는 연방 정부의 예산 집행 권한을 사유화하여 정적을 탄압하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셧다운으로 큰 타격을 입은 뉴욕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은 단순히 예산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뉴욕시의 행정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주택, 복지 등 시민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서비스들이 줄줄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죽이기’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맘다니 신임 시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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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시와 역사를 품은 서촌 골목으로 떠나는 여행

청년 시인 윤동주의 고뇌를 거쳐 겸재 정선의 그림 속 풍경으로 들어서는 시간 여행이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영혼이 길 곳곳에 스며들어 방문객에게 말을 건넨다.여정의 두 축은 단연 한국 문학사의 두 거인, 이상과 윤동주다. 이상의 집은 그의 난해했던 작품 세계처럼 현대적인 감각과 과거의 틀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남았다. 반면 누상동 골목의 윤동주 하숙집 터와 시인의 언덕, 그리고 버려진 가압장을 개조한 문학관은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순결한 시심을 지키려 했던 그의 삶을 오롯이 보여준다.이 길이 품은 역사는 근대를 넘어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계곡은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로 그 아름다움을 예찬했던 바로 그 장소다. 아파트 단지 개발로 묻힐 뻔했던 계곡이 본래 모습을 되찾으면서, 기린교를 포함한 풍경은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문 고즈넉한 정취를 선사하며 과거 선비들의 풍류를 짐작하게 한다.산길을 오르다 보면 뜻밖의 공간들을 마주치며 여정의 재미를 더한다. 과거 청와대 방호 목적의 경찰 초소는 서울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북카페 '더숲 초소책방'으로 변신했고, 그 위편의 '청운문학도서관'은 전통 한옥의 멋과 함께 책과 사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쉼터가 되어준다.예술의 향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촌 골목 안쪽에 자리한 박노수 미술관은 화가가 40년간 거주했던 가옥으로, 동양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화가의 작품과 그가 가꾼 정원은 어우러져 한 폭의 입체적인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준다.긴 여정의 끝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대오서점'이 장식한다. 이제는 책을 파는 서점의 기능보다 북카페로 운영되지만, 7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책장과 공간은 이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깊은 문학적 여운을 남기며 조용한 배웅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