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약속, 다른 속내…'원잠'과 '돈' 사이, 한미의 위태로운 동상이몽

 한미 양국이 지난 10월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이행에 합의했지만, 우선순위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차관 회담에서 한국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원잠) 확보의 초석이 될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의 개시를 핵심 의제로 내세운 반면, 미국은 동맹의 현대화와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강조하며 다른 곳에 방점을 찍었다. 양국이 '팩트시트의 신속 이행'이라는 총론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각론으로 들어가자 자국의 핵심 이익을 우선시하는 '동상이몽'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향후 양국 간 협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회담 직후 "협의채널을 구축해 여러 이슈를 심도 있게 진전시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한국 측이 가장 공들인 원자력 협력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외교부는 박 차관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협의 절차의 조속한 개시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는 지난 팩트시트에서 "미국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지지한다"고 명시했던 애매한 표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결과다. 한국 정부가 원잠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여기는 사안에 대해 미국이 여전히 신중한, 혹은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반면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성명에는 한국이 강조한 '원자력 협력'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 대신 "동맹의 현대화"를 논의했다고 밝히며, 주한미군의 역할을 기존의 대북 방어에서 중국을 포함한 '역내 위협' 대응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위해 한국은 국방비를 GDP의 3.5%까지 증액하고, 2030년까지 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 측의 미국 제조업 투자에 대한 전례 없는 약속"을 환영한다며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의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안보 부담 증액과 경제적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미국의 계산이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양국의 입장 차이는 '대미투자특별법' 발의에 따른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 발표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 국회가 법안을 발의하자 즉각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대미 투자가 미국의 관세 인하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즉, 미국은 한국이 원하는 원자력 기술 이전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자국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에는 즉각적인 '당근'을 제공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양국이 추구하는 국가 이익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명확히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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