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은 미용, 빈곤층은 포기…비만 치료제도 '건강 양극화'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 주사제가 정작 치료가 시급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일부에서는 미용을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무분별하게 처방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생명과 직결된 초고도 비만 환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장벽에 가로막혀 치료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식단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 가정의 경우, 비만 치료제는 유일한 희망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형편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30대 남성은 몸무게가 160킬로그램을 넘어서며 고혈압과 당뇨 등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강한 집착과 운동 거부 반응으로 인해 가족의 힘만으로는 체중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다. 의료진은 주사 치료를 권고하고 있지만, 매달 50만 원이 넘는 약값은 평범한 가정에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고 있다. 장기간 투약이 필수적인 비만 치료의 특성상 초기 비용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지출에 대한 부담이 치료 자체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지적 장애를 가진 또 다른 여성의 사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상 체중의 두 배에 달하는 초고도 비만 상태인 그녀는 활동량이 극히 적어 약물 치료가 절실하지만, 한 달 수입인 장애인 연금보다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의지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제약이 있는 환자들에게 비만은 단순한 자기관리 실패가 아닌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 체계는 이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비용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비만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소득 수준이 낮거나 장애가 있는 취약계층일수록 저렴하고 열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노출되기 쉽고, 체계적인 운동 시설을 이용할 기회도 적기 때문이다. 비만이 사회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를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비만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을 경고하며, 혁신적인 치료제가 등장했음에도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2차 합병증 치료비가 장기적으로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미용 목적의 사용은 철저히 제한하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고도 비만 환자나 취약계층에게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선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질병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일정 기준 이상의 비만 환자가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여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순한 미용 약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질병 치료라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해 급여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취약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여행핫클립

이탈리아 중부 드라이브, 인생샷 성지 '천공의 성' 가보니

라 불리는 중부 지역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코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서 영원의 도시 로마에 이르는 이 구간은 토스카나의 완만한 구릉과 라치오의 신비로운 고대 유적을 동시에 품고 있어 드라이브 여행의 정수로 꼽힌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풍경이 이끄는 대로 멈춰 서고 머무는 여유는 렌터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이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안개 속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치비타 디 반뇨레조다. 깎아지른 듯한 응회암 절벽 위에 위태롭게 얹힌 이 마을은 오직 좁고 긴 다리 하나로만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 마치 현실 세계를 벗어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계곡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가 마을 하단을 감싸 안으며 공중에 떠 있는 성의 형상을 완성한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립된 지형 덕분에 이곳은 현대 문명의 침범을 피하고 중세의 시간을 고스란히 박제한 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마을의 뿌리는 로마 문명보다 앞선 에트루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반 침식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땅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다. 한때 번성했던 도시는 지진과 풍화 작용으로 주민들이 떠나며 '죽어가는 도시'라는 쓸쓸한 별명을 얻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과거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인 석조 건물과 세월의 때가 묻은 돌길을 걷다 보면 관람객은 수백 년 전의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드라이브의 출발점인 피렌체를 지나 남쪽으로 향하면 중세의 위용을 간직한 소도시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탑들로 유명한 산지미냐노는 가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들이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해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어지는 시에나는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성장이 멈춘 덕분에 오히려 완벽한 중세 도시의 원형을 유지하게 된 곳이다. 부채꼴 모양의 캄포 광장에 앉아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일깨워준다.토스카나 여행의 백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도르차 평원의 구릉 지대를 달리는 순간에 완성된다.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빛 물결과 능선을 따라 정렬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마치 정교하게 그려진 수채화 속을 달리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영화 속 명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가로수길과 구불구불한 곡선이 예술적인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왜 이곳이 전 세계 드라이버들의 꿈의 코스로 불리는지 실감하게 된다. 언덕 위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 이곳의 풍경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하지만 이국적인 풍광에 취해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도심 자동차 출입 통제 구역인 ZTL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무인 주유소의 독특한 결제 시스템 또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무엇보다 관광객을 노리는 도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차량 내 귀중품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고대 유적과 중세의 낭만이 교차하는 이탈리아 중부의 도로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