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1500원 가나" 원·달러 환율 폭등, 전자·자동차 업계 '긴장'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1490원선에 육박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출발한 후 장중 1487.3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19년 3월 16일(1492.0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로 인해 일시적으로 32.9원 급락했으나, 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1460원대 후반으로 반등했고, 8일에는 1470원대로 상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대해 3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도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이에 미국은 추가적으로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시각 기준 이날 오후 1시 1분부터 미국의 상호관세가 정식 발효된다.

 

 

 

이에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관세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1달러당 7.2038위안으로 고시해 전일 대비 위안화 가치를 더 낮췄다.

 

달러화 강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2.714 수준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20.07원으로 전날 998.98원보다 21.09원 올랐으며, 엔·달러 환율은 145.56엔으로 0.70엔 하락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13.0원 상승한 1486.3원을 기록하며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야간 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1480원을 돌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추가 50%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원화는 역외 위안화, 호주 달러와 동조하며 상승했다. 결국 이날 오전 개장 시점부터 환율은 1484.0원으로 출발해 장중 1480원 후반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증가하고 있으며, 위안화 약세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중 관세 전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고 있으며, 백악관이 대중국 104% 관세 부과 입장을 고수하면서 역외 위안화가 급등해 원화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위안화를 큰 폭으로 절하하면 원화 역시 추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간 급등한 만큼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관세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관세 감면 기대감은 원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 연구원은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 급등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수입 물가 상승이 우려되므로 정부의 개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여행핫클립

묘비 위에 지은 집, 아미동 비석마을의 눈물

역사가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준비를 마쳤다. 피란수도 유산은 단순히 행정 기관의 건물을 넘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피란민들의 애환과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박제된 현장이다. 등재 후보로 선정된 11곳의 유산 중에서도 역사의 무게와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역사 여행의 출발점은 과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경무대'다. 현재 임시수도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 이 붉은 벽돌 건물은 일제강점기 도지사 관사로 지어져 100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1차와 2차에 걸친 부산 천도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이 건물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당시 국정을 돌보던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전쟁의 결정적 장면들과 맞물린 피란수도의 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곳은 부산이 수도로서 감당해야 했던 역사적 책무를 증언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항구 근처의 판자촌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피란민들은 더 높은 산자락으로 밀려 올라가 터전을 잡았다. 그렇게 형성된 아미동 산 19번지는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비극적인 삶의 현장이다. 죽은 자의 묘지 구역에 맞춰 두세 평 남짓한 집을 짓고, 묘비석을 뜯어 축대를 쌓아 올린 비석마을의 풍경은 전쟁이 낳은 처절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묘지 위에 집을 지었다는 기괴한 소문과 일본 귀신에 대한 괴담이 돌기도 했지만, 이곳은 피란민들에게는 세상 어디보다 소중한 안식처였다.흥미롭게도 아미동은 최근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의 팬클럽인 '아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마을 이름인 아미동이 팬클럽 명칭과 우연히 일치하면서, 해외 팬들 사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로 입소문이 난 것이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보라색 조형물들은 피란민의 움막을 뜻하던 '애막'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의 본래 의미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역사적 비극의 현장이 현대 대중문화의 팬덤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셈이다.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온기를 전달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비석 축대와 낡은 지붕들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진행되는 다양한 정비 사업들은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이 피란 시절의 고단함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산의 산복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유산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역사 경관을 형성한다.부산이 수도였던 3년 가까운 시간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시기였다. 전쟁통에 떠맡은 수도의 역할이었지만, 부산은 그 기간 동안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고 피란민들을 품어 안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질 이 유산들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피어난 인류애와 회복력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부산의 산동네 골목마다 스며있는 1,023일의 기억은 오늘날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역사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