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루브르, 1조원 쏟아붓지만…'이미 끝났다'는 냉소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시스템이 속수무책으로 뚫리면서 그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19일, 4인조 절도단은 대담하게도 사다리차를 이용해 박물관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했다. 이들은 단 7분 만에 나폴레옹 1세가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와 나폴레옹 3세 부인의 왕관 등 무려 1400억 원 상당의 왕실 보석 8점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루브르가 전문 털이범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치욕적인 사건으로, 박물관의 허술한 보안 체계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기의 도난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박물관의 보안은 또다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벨기에 출신의 틱톡커 2명이 '루브르 보안 점검'을 명분으로 보란 듯이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 박물관에 입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 근처에 버젓이 작품을 걸고 빠져나가는 과정을 전부 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공개한 것이다. 이들은 입장부터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모든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루브르의 보안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이는 단순한 장난을 넘어, 도둑들에게 거액의 보물을 내준 것도 모자라 일반인에게까지 농락당한 루브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굴욕적인 사건이었다.

 


연이은 보안 사고로 체면을 구길 대로 구긴 루브르 박물관은 결국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로랑스 데카르 박물관장은 "절도 사건으로 드러난 여러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20개 항목에 달하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까지 박물관 내외부에 100대가 넘는 고성능 감시카메라를 추가 설치하고, 외부 침입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침입 방지 시스템'을 2주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보안 정책을 총괄하는 '보안 조정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박물관 내부에 경찰 인력을 상시 배치하는 등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뚫려버린 보안망을 재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줄지는 미지수다. 사건을 일으킨 절도 용의자 4명은 모두 체포되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도난품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나폴레옹 황실의 역사가 담긴 1400억 원 상당의 보석들이 이미 분해되어 암시장에 팔렸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데카르 관장은 향후 10년간 1조 3500억 원을 투입하는 '루브르 뉴 르네상스' 계획의 핵심 과제로 보안 강화를 내세웠지만, 눈앞에서 사라진 국보급 보물들을 되찾지 못하는 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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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효과… 영월 청령포 인산인해

곳의 상흔 남은 터전들이 새로운 문화적 숨결을 얻어 부활하는 중이다. 수백 년 전의 역사적 비극을 간직한 공간들이 잊히지 않고 대중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역설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모습이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선풍적인 흥행 기록을 남긴 이후, 단종의 애달픈 서사가 서린 영월 청령포는 연일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상영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지역 상권과 숙박 시설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한적했던 지방 소도시의 식당과 명소마다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기현상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이고 뒤편은 가파른 절벽으로 막힌 청령포는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천연의 고립지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생을 마감해야 했던 군주의 서글픈 역사는 자욱한 물안개 속 소나무 숲과 함께 서늘한 중압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는 단종이 기거했던 어소와 그 세월을 묵묵히 지켜본 관음송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통성을 지녔음에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단종의 삶은 오랫동안 풀어내지 못한 역사적 한으로 남아왔다. 천형과도 같았던 단절의 공간이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대중과 호흡하는 장소로 변모한 셈이다.영화가 촉발한 역사의 재발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미처 피어나지 못한 어린 영혼을 향한 애도와 추모의 발길로 승화되고 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청령포 선착장을 통해 강을 건너는 관광객들의 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과거 단절과 철폐의 대명사였던 유배지는 이제 안타까운 역사를 되새기고 위로를 나누는 열린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쇠퇴해 가던 옛 광산촌과 역사적 유배지가 대중문화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 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 비극적인 서사를 간직한 지역 유산들이 스토리텔링을 얻어 대중과 소통하면서, 멈춰 섰던 강원도 영월 일대의 시간은 새로운 활력과 함께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