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치안 비상, 마약왕 사살 후 '피의 보복' 시작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 조직 중 하나로 꼽히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가 멕시코군에 의해 사살됐다. 일명 엘 멘초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던 그의 죽음은 마약 전쟁의 승리로 기록될 법했으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수장을 잃은 조직원들이 멕시코 전역에서 피의 보복과 폭동을 일으키며 국가 전체가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멕시코 당국은 추가 병력을 긴급 투입하며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23일 현지 당국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세게라 사살 이후 발생한 소요 사태로 현재까지 최소 6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명단을 살펴보면 CJNG 조직원 34명을 비롯해 이들과 맞서 싸운 국가방위군 25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주 검사와 교도관 등 공직자들도 희생됐다. 특히 안타까운 소식은 민간인 희생자 중 한 명이 임산부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지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다. 치안 공백을 틈탄 대규모 탈옥 사건도 발생했다.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한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23명이 감시망을 뚫고 탈주하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져 주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국가 안보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군인 2500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총 9500명의 병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치안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주요 도시의 풍경은 삭막하기만 하다. 폭동의 중심지였던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에서는 주유소와 상점들이 약탈을 우려해 문을 닫았고, 인근 4개 주의 모든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수업을 전면 중단했다.

 

관광객들의 피해와 공포도 이어지고 있다. 과달라하라 동물원을 찾았던 시민과 관광객 1000여 명은 외부의 방화와 도로 봉쇄 때문에 주차장 버스에 갇혀 공포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푸에르토 바야르타로 향하던 크루즈선들은 입항을 포기하고 뱃머리를 돌렸으며, 미국 주요 항공사들도 멕시코행 노선 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공지했다. 미 국무부에는 자국민 지원을 요청하는 핫라인 전화가 수백 건 쏟아지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장의 부재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거대 조직인 CJNG 내부에서 후계 구도를 둘러싼 파벌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 틈을 타 라이벌 카르텔들이 세력 확장을 시도하며 전국적인 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보 컨설턴트들은 CJNG의 활동 영역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여파가 멕시코 전역을 장기적인 폭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작전 뒤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멕시코 정부의 더 강력한 대응을 재차 촉구하며 마약 카르텔 소탕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오는 6월 개최될 미국 및 캐나다와의 공동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주요 경기 개최지 중 하나가 이번 사태의 본거지인 과달라하라라는 점에서, 멕시코 정부가 월드컵 전까지 치안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 멘초로 불리던 오세게라는 체포 작전 중 입은 부상으로 이송 도중 숨을 거뒀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조직원들은 보복을 선언하며 최소 20개 주에서 보안군을 공격하고 차량에 불을 질러 도로를 봉쇄하는 등 무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포의 통치자가 사라진 자리에 더 큰 혼돈이 찾아온 멕시코의 상황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평화를 바라는 멕시코 국민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며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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