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에 캠핑장 통째로..24명 사망·4명 실종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전국적으로 쏟아진 극한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속 집계되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사망자는 총 24명, 실종자는 4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기 가평군에서는 캠핑 중 산사태로 실종됐던 10대 소년 A군이 시신으로 발견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A군은 지난 20일 새벽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의 한 글램핑장에서 가족과 함께 머무르다 산사태에 휩쓸려 실종된 일가족 4명 중 둘째 아들이다. 수색에 나선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특수대응단의 구조견은 지난 24일 오전 9시 33분경, 실종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 약 9km 떨어진 덕현리 덕현교 하단에서 토사에 묻힌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DNA 검사 결과, 해당 시신이 A군임이 확인되며 경기북부 지역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같은 날 경기도 가평 덕현리에서 또 다른 실종자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도 발견되며 당국은 해당 인물의 신원을 확인 중에 있다. 현재까지 가평 지역에서는 A군의 어머니와 함께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이는 50대 남성이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

 

행정안전부의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보고에 따르면, 전체 집중호우 사망자는 전날보다 1명 늘어난 24명, 실종자는 1명 줄어든 4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남 13명, 경기 7명, 충남 3명, 광주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응급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유시설 6,095건 중 3,971건(65.2%), 공공시설 8,346건 중 4,674건(56%)에 대한 복구가 완료되며 전체 복구율은 약 59.9%에 이르렀다. 다만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는 응급복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복구율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대규모 대피 사태도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1만1,151세대, 1만5,747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 중 1,694세대 2,124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1,594세대 1,982명은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르며 생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호우가 지나간 이후에는 폭염이 전국을 덮치며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으로 107명이 응급실을 찾았고, 경기도 파주에서는 1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밖에 폭우로 인한 축산업 피해도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 돼지 651마리, 가금류 2만2,974마리 등 총 2만3,625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에서는 여전히 마지막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산청 전역에 약 30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며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해 13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실종됐다. 실종자는 신등면 율현리에서 급류에 휩쓸린 80대 남성으로,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수색작업은 지속 중이다.

 

경남소방본부와 군, 경찰, 의용소방대는 25일 오전 6시부터 실종 신고 지점을 중심으로 드론, 중장비, 구조견 등을 투입해 수색을 재개했다. 하지만 산청군에는 3일 연속 폭염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날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돼 수색 여건은 악화된 상태다.

 

이번 호우 피해는 단기간의 강수량 집중으로 인한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캠핑장, 산간지역, 농촌 마을 등 상대적으로 대비가 취약한 지역에서 인명피해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향후 자연재난 대응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 응급복구와 함께 피해 규모를 정밀 조사하고, 향후 항구적인 복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핫클립

묘비 위에 지은 집, 아미동 비석마을의 눈물

역사가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준비를 마쳤다. 피란수도 유산은 단순히 행정 기관의 건물을 넘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피란민들의 애환과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박제된 현장이다. 등재 후보로 선정된 11곳의 유산 중에서도 역사의 무게와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역사 여행의 출발점은 과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경무대'다. 현재 임시수도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 이 붉은 벽돌 건물은 일제강점기 도지사 관사로 지어져 100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1차와 2차에 걸친 부산 천도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이 건물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당시 국정을 돌보던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전쟁의 결정적 장면들과 맞물린 피란수도의 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곳은 부산이 수도로서 감당해야 했던 역사적 책무를 증언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항구 근처의 판자촌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피란민들은 더 높은 산자락으로 밀려 올라가 터전을 잡았다. 그렇게 형성된 아미동 산 19번지는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비극적인 삶의 현장이다. 죽은 자의 묘지 구역에 맞춰 두세 평 남짓한 집을 짓고, 묘비석을 뜯어 축대를 쌓아 올린 비석마을의 풍경은 전쟁이 낳은 처절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묘지 위에 집을 지었다는 기괴한 소문과 일본 귀신에 대한 괴담이 돌기도 했지만, 이곳은 피란민들에게는 세상 어디보다 소중한 안식처였다.흥미롭게도 아미동은 최근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의 팬클럽인 '아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마을 이름인 아미동이 팬클럽 명칭과 우연히 일치하면서, 해외 팬들 사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로 입소문이 난 것이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보라색 조형물들은 피란민의 움막을 뜻하던 '애막'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의 본래 의미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역사적 비극의 현장이 현대 대중문화의 팬덤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셈이다.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온기를 전달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비석 축대와 낡은 지붕들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진행되는 다양한 정비 사업들은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이 피란 시절의 고단함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산의 산복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유산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역사 경관을 형성한다.부산이 수도였던 3년 가까운 시간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시기였다. 전쟁통에 떠맡은 수도의 역할이었지만, 부산은 그 기간 동안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고 피란민들을 품어 안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질 이 유산들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피어난 인류애와 회복력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부산의 산동네 골목마다 스며있는 1,023일의 기억은 오늘날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역사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