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병원비 너무 비싸" 정부 실태 조사 착수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액 진료비가 발생하는 주요 질환을 파악하는 대규모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달 24일까지 국민신문고 누리집을 통해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지출한 의료비 경험을 수집한다. 이번 조사는 반려동물의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 진료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공적 통계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설문 내용은 반려동물의 종류와 나이, 체중 등 기본 정보부터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질환 2가지를 선택하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진료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발생했는지와 연간 총지출액, 그리고 보호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어려움 등을 상세히 묻는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단순한 가격 비교를 넘어, 질환별 진단과 치료 과정 전반에 걸친 비용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여 정책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진료비 부담 완화가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 꼽히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4명 중 1명 이상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정책으로 의료비 경감을 선택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반려동물 치료비 지출액은 평균 100만 원을 넘어서며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가구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반려견 가구는 피부 질환 치료에 가장 많은 비용을 쏟고 있었으며, 반려묘 가구는 정기 검진과 장비 이용료가 최대 지출 항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의료비 증가 폭이 가팔라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려견은 7세, 반려묘는 6세를 기점으로 치료비가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 노령 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경제적 압박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검역본부는 올해 초 '반려동물질환연구실'을 새롭게 신설하고 본격적인 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실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암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비감염성 만성질환 연구, 재생의료 분야의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연구실이 어떤 질환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지 결정하는 합리적 우선순위 설정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보호자들의 실질적인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큰 질환을 정확히 타격하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는 향후 반려동물 의료 체계 개선과 진료비 표준화 논의에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여행핫클립

묘비 위에 지은 집, 아미동 비석마을의 눈물

역사가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준비를 마쳤다. 피란수도 유산은 단순히 행정 기관의 건물을 넘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피란민들의 애환과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박제된 현장이다. 등재 후보로 선정된 11곳의 유산 중에서도 역사의 무게와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역사 여행의 출발점은 과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경무대'다. 현재 임시수도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 이 붉은 벽돌 건물은 일제강점기 도지사 관사로 지어져 100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1차와 2차에 걸친 부산 천도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이 건물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당시 국정을 돌보던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전쟁의 결정적 장면들과 맞물린 피란수도의 내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곳은 부산이 수도로서 감당해야 했던 역사적 책무를 증언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항구 근처의 판자촌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피란민들은 더 높은 산자락으로 밀려 올라가 터전을 잡았다. 그렇게 형성된 아미동 산 19번지는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비극적인 삶의 현장이다. 죽은 자의 묘지 구역에 맞춰 두세 평 남짓한 집을 짓고, 묘비석을 뜯어 축대를 쌓아 올린 비석마을의 풍경은 전쟁이 낳은 처절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묘지 위에 집을 지었다는 기괴한 소문과 일본 귀신에 대한 괴담이 돌기도 했지만, 이곳은 피란민들에게는 세상 어디보다 소중한 안식처였다.흥미롭게도 아미동은 최근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의 팬클럽인 '아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마을 이름인 아미동이 팬클럽 명칭과 우연히 일치하면서, 해외 팬들 사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성지로 입소문이 난 것이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보라색 조형물들은 피란민의 움막을 뜻하던 '애막'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의 본래 의미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역사적 비극의 현장이 현대 대중문화의 팬덤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셈이다.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온기를 전달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비석 축대와 낡은 지붕들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진행되는 다양한 정비 사업들은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이 피란 시절의 고단함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산의 산복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유산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역사 경관을 형성한다.부산이 수도였던 3년 가까운 시간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시기였다. 전쟁통에 떠맡은 수도의 역할이었지만, 부산은 그 기간 동안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고 피란민들을 품어 안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질 이 유산들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피어난 인류애와 회복력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부산의 산동네 골목마다 스며있는 1,023일의 기억은 오늘날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과 역사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