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미국 꺾고 사상 첫 우승 포효

야구의 신은 결국 베네수엘라의 손을 들어주었다. 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이 '종주국' 미국을 그들의 안방에서 무너뜨리며 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베네수엘라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결승전에서 미국과 팽팽한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8-5로 격파하며 파란을 예고했던 베네수엘라는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최강 전력의 미국마저 제압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자리에 등극했다.

 

이번 결승전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 이상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월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이른바 '마두로 더비'라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정치적 소음 대신 오직 실력으로 승부했다.

 

경기는 숨 막히는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베네수엘라 선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는 미국 강타선을 상대로 4⅓이닝 동안 단 1안타만을 허용하며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로드리게스의 호투에 힘입은 베네수엘라는 3회초 마이켈 가르시아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고, 5회초에는 윌리에르 아브레우(보스턴)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리며 2-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야구 종주국' 미국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패색이 짙던 8회말, 미국의 간판스타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가 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론디포 파크를 가득 메운 미국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고, 흐름은 순식간에 미국 쪽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운명의 9회초, 베네수엘라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선두 타자 루이스 아라에스의 볼넷과 대주자의 도루로 만든 무사 2루 찬스에서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신시내티)가 타석에 들어섰다. 수아레스는 미국의 바뀐 투수 개럿 휘틀록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7구째 체인지업을 통타,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다시 3-2 리드를 가져왔다.

 

승기를 잡은 베네수엘라는 9회말 마무리 다니엘 팔렌시아(시카고 컵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팔렌시아는 카일 슈워버와 로먼 앤서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미국의 마지막 추격 의지를 꺾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는 순간,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쳐나와 서로를 얼싸안으며 역사적인 첫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한편, 이번 우승에는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숨은 공로도 있었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리카르도 산체스 등 한국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대표팀의 일원으로 힘을 보태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베네수엘라의 이번 우승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야구 하나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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