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피 뽑던 은행, 이제서야 '찔금' 금리 내려

최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따라 주요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31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p) 인하할 예정이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지표금리)은 0.20%p, 전세자금대출은 0.01~0.29%p, 신용대출 금리는 0.23%p 낮아진다. KB국민은행도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4%p 조정하며,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등도 이미 대출 금리 인하를 시작한 바 있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변동을 반영한 기준금리와 은행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은행들은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으나, 금융당국이 '이제는 대출 금리를 낮출 때'라며 압박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우리은행은 다섯 달 연속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확대되면서 소비자와 당국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1.16%p로, 11월(1.02%p) 대비 0.14%p 증가하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12월 예대금리차가 11월보다 증가한 곳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1.27%p→1.33%p)뿐이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으로, 격차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 수익이 증가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1.33%p)가 가장 컸고, KB국민은행(1.25%p), 우리은행(1.16%p), 하나은행(1.12%p), 신한은행(0.98%p)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이 6.27%p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작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하지 않다"며 "새해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하락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가계·기업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이 법정 비용으로 주장하는 보험료 및 각종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및 각종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 산입 금지 항목으로 지정했다.

 

반면, 일부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과 21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 가산금리를 각각 0.5%p, 0.3%p 인상한 데 이어, 23일에는 추가로 0.3%p를 올렸다. NH농협은행도 18일 가계대출 금리를 0.1%p 인상하며 대출 금리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반영해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대출 금리를 일제히 낮추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소비자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대출 금리 인하가 확산될지, 은행들이 수익성 유지에 초점을 맞출지 주목된다.

 

여행핫클립

4050, 교복 입고 설악산 수학여행 떠나는 기막힌 이유

1월 한 달간, 장기 침체에 빠진 설악동 관광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5 설악동 활성화 프로그램-추억감성여행'을 총 4회에 걸쳐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관광 상품을 넘어,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과 설악산의 수려한 자연 및 속초 고유의 지역 자원을 결합한 1박 2일 체류형 체험 콘텐츠다. 한 팀당 약 15명, 총 60명 규모로 진행되는 이 실험적인 여행이 과연 설악동의 부활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번 '추억감성여행'의 핵심 콘셉트는 바로 '다시 떠나는 수학여행'이다. 참가자들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볼 법한 옛 교복을 맞춰 입고,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렘을 안고 1박 2일의 여정을 시작한다. 여행의 동선은 속초와 설악동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짜였다. 실향민의 애환이 서린 아바이마을을 전문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고, 직접 함경도식 만두를 빚으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한다. 이어서 설악산의 백미로 꼽히는 케이블카에 탑승해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권금성의 절경을 감상하고, 활기 넘치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방문해 동해의 싱싱한 먹거리를 맛본다. 이튿날에는 고즈넉한 사찰에서 불교 문화를 체험하고, 만추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설악산 단풍길을 트레킹하며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속초시가 이처럼 '추억'을 전면에 내세운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특정 세대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층과 젊은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교복을 입고 떠나는 수학여행이라는 콘셉트는 40~60대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와 함께 젊은 날의 추억을 소환하는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옛것에서 새로움과 재미를 찾는 '뉴트로(New-tro)' 트렌드에 열광하는 2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체험형 콘텐츠로 매력을 어필한다. 이처럼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추억감성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통하고 즐기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나아가 이번 프로그램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실질적인 목표를 품고 있다. 참가자들의 숙박을 설악동 내 숙박 단지와 직접 연계하고, 식사 및 체험 활동을 지역 업체들과 함께 진행함으로써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도록 설계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11월의 속초는 가을 여행의 최적기"라며,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연 수십 년의 추억을 소환하는 이번 감성 여행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설악동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