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막판 카드? 양곡법이랑 태양광 연금 다시 등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가 임박하면서 특정 지역과 단체를 겨냥한 '핀셋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일관되게 '경제'와 '성장'을 자신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이 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와서 대규모 국가 재정 투입을 수반하거나 기업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정책들을 다시 꺼내 들면서 '포퓰리즘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농업 비중이 높은 전남 지역을 찾아 '양곡관리법 재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법안은 쌀값 등이 평년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시장 가격과 관계없이 일정 가격으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농가에 차액을 보전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작년에 쌀 매입에 1조 2천억 원 이상을 사용했는데, 양곡관리법이 통과될 경우 2030년에는 매입 비용이 2조 6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농가 소득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과 쌀 생산 과잉 심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농가 태양광 확대를 통한 '햇빛 연금' 지급과 주민 주도의 '햇빛 소득 마을' 조성을 공약했다. 이는 마을 공유지나 농지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배분하는 신재생에너지 이익 공유제 개념이다. 현재 전남 신안군이 태양광 수익 일부를 '햇빛 연금'으로, 제주도가 풍력 수익 일부를 '바람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관련 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더욱이 '햇빛 연금' 등으로 사업자 수익이 줄어들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전력 생산 원가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결국 한국전력 등 전력을 구매하는 판매 사업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적자를 피하기 위해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여 최종적으로 에너지 소비자인 국민 전체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 브랜드인 '기본 소득'과 '지역 화폐'도 다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기본 소득'에 대해 "당장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경제와 성장에 집중할 시기"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기에, 선거를 앞두고 다시 이를 강조하는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도, 이사의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나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등 '기업 옥죄기' 법안 추진 의사를 밝히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재명 후보가 선거 막판에 들어서며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맞춘 정책들을 잇달아 제시하는 전략은 단기적인 지지율 상승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와 정책 일관성 부족, 그리고 '포퓰리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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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에 쏟아진 박수…구례 가을밤, 판소리와 포크가 만났다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