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에 소변, 그릇엔 비닐"…물과의 전쟁, '생존 사투' 벌이는 강릉의 오늘

 사상 최악의 가뭄이 강원도 강릉을 덮치면서, 시민들의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곳은 더 이상 평범한 도시가 아니다. 물 한 방울이 금보다 귀한 '재난 구역'이며,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전사'가 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전략과 전술이 공유되는 야전 사령부이자, 고통을 나누는 대나무숲이 되고 있다.

 

"남편과 아들이 페트병에 소변을 모읍니다. 물 나오는 시간에 한꺼번에 내리려구요." 한 시민이 맘카페에 올린 글은 현재 강릉이 처한 비극적인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에는 차마 웃을 수 없는 공감의 댓글이 이어진다. "저희 집은 아예 가족 수대로 요강을 샀어요." 화장실 물을 내리는 기본적인 행위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현실, 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는 믿기 힘든 원시적인 풍경이다.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샤워는 더 이상 씻는 행위가 아닌, 물을 아끼기 위한 고행에 가깝다. "페트병에 분무기 마개를 달아 아이를 씻기는데, 차가운 물에 아이가 오들오들 떨더군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현타가 왔습니다." 한 엄마의 글에는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의 한숨 섞인 공감이 쏟아졌다. "저도 방금 같은 방식으로 씻겼어요. 물 아낀다고 '빨리빨리'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저는 생수를 데워서 캠핑용 샤워기로 씻겨요." 아이를 씻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마저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고역이 된 것이다.

 


주방의 풍경은 더욱 처참하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식판에 비닐을 씌워 밥을 먹고, 요리 후에는 냄비째 식사를 해결한다. 일회용 수저와 그릇 사용은 기본이 되었고, 재료 손질에 물이 거의 들지 않는 밀키트가 불티나게 팔린다. "아이에게 햇반과 계란 후라이만 챙겨주니 너무 미안하네요." 한 엄마의 죄책감 섞인 고백은, 가뭄이 단순히 물 부족을 넘어 가족의 건강과 식생활까지 위협하는 재앙임을 보여준다.

 

이 모든 시민들의 '자발적 고통 분담'은 지난 6일부터 시 전역에 내려진 제한급수 조치 때문이다. 강릉의 생명줄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평년의 7분의 1 수준인 12.3%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4주 안에 저수율이 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절망적인 예측까지 나온 상황. 시는 1인당 생수 12리터를 지급하며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 강릉시는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바로 과거 심각한 수질 문제로 24년간 굳게 닫혀 있던 평창 도암댐의 물을 끌어오는 것이다. 강릉시는 "수질 검사를 의뢰했으며, 시민 의견을 수렴해 방류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 당장 목마름에 지쳐 쓰러질 지경인 시민들은, '오염 우려'라는 잠재적 위험과 '당장의 갈증'이라는 현실적 고통 사이에서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시민들의 처절한 사투 뒤로, 재앙을 막지 못한 시스템의 무력함과 고통스러운 선택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여행핫클립

명동 대신 북한산 간다…K-콘텐츠가 바꾼 한국 여행 공식

산 배낭을 멘 개별 자유여행객들이 북한산과 설악산 등 주요 명산으로 향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K-팝과 K-푸드의 뒤를 이어 한국의 산세와 등산 문화가 새로운 한류 콘텐츠인 'K-등산'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관광 산업의 지형 자체가 쇼핑 중심에서 체험형 아웃도어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수치로 나타나는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했는데, 이 중 산악 관광을 즐기는 수요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산을 찾은 이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 방문객 수를 앞질렀다. 제주 한라산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가운데, 산악형 공원 중에서는 설악산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외국인들에게 설악산은 한국 여행 시 반드시 정복해야 할 '하이킹 성지'로 통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케이블카와 정비가 잘 된 등산로 덕분에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KTX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서울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입문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설악산 인근의 주요 호텔들은 평일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40%를 상회할 정도로 개별 여행객들의 필수 목적지가 되었다.이들의 여행 동선 역시 한류 콘텐츠와 결합해 더욱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등 K-팝 성지를 순례한 뒤 설악산 등반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좀 더 긴 일정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은 부산의 사찰과 안동의 한옥 마을을 거쳐 설악산 하이킹으로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동시에 경험하는 전국 일주형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지역 특색이 담긴 체험형 콘텐츠가 인바운드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관광 업계와 호텔업계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설악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영국식 클래식 테마를 결합한 체험형 숙박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낭 하나만 메고 호텔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한국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물건 구매에서 자연 속에서의 웰니스와 로컬 체험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전문가들은 K-등산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여행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산의 비현실적인 풍광이 공유되면서 전 세계 젊은 층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쇼핑 위주의 관광 시장이 저물고 아웃도어와 로컬 문화가 결합한 체험형 여행이 주류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의 산악 자원을 활용한 관광 상품은 향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