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폭주 어디까지? 남미는 지금 제2의 베네수엘라 공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그의 시선이 이제 중남미를 넘어 북극권과 중동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이른바 돈로 독트린의 전방위적 확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로 군사 개입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이란을 차례로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과거 논란이 되었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론까지 다시 꺼내 들며 전 세계 외교가를 경악케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안보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단순히 필요성을 언급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그린란드가 현재 러시아와 중국 선박들로 가득 차 있으며 덴마크는 이를 감당할 역량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특히 덴마크가 그린란드 방어를 위해 개썰매 하나를 추가했다는 식의 조롱 섞인 발언까지 내뱉으면서 덴마크는 물론 유럽 전체의 분노를 샀다.

 

이에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SNS를 통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닐센 총리는 더 이상의 압박이나 병합 환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대화는 국제법을 존중하는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백악관 측근이 성조기가 그려진 그린란드 지도를 올리며 도발하자 이를 무례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역시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공격한다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며 유럽 연합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트럼프의 독설은 남쪽으로도 향했다. 그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겨냥해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병든 자가 통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향후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좋게 들린다는 파격적인 답변으로 응수해 파장을 키웠다. 콜롬비아 정부는 주권을 침해하는 위협이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중남미 좌파 진영 사이에서는 다음 타겟은 우리라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쿠바와 멕시코 역시 트럼프의 레이더망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지원이 끊기면 쿠바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며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조만간 미국과 쿠바가 새로운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고까지 덧붙였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백악관 주변에서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국경 밖 군사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가장 긴장감이 높은 곳 중 하나는 중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시위대를 구출하러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보여준 실력 행사가 이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란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까지 가세해 미국의 이 같은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중남미 내부에서도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필두로 한 우파 정권들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좌파 독재로 무너진 국가를 미국이 구출해냈다며,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입장 차이는 분명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양측 모두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이 다시 라틴 아메리카의 중심이 됐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이 같은 일방적인 개입에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각국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내부의 당파적 분열이 심각해 강경한 공동 대응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엇박자를 틈타 미국이 향후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군사 작전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미국으로 압송된 마두로 대통령 대신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행보도 묘하다. 그는 5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며 미국의 엄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던 어제의 모습과는 달리, 다시 마두로를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충성파의 면모를 드러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취임 선서 자리에서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발언해 베네수엘라 내부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여실히 보여줬다.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가 단순한 엄포인지, 아니면 전 세계 지도를 새로 그리려는 거대한 설계의 시작인지 지구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식 힘의 외교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가 유례없는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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