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방울도 못 나간다! 이란, 유조선 피격

지구촌 경제의 생명줄이라 불리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운이 짙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이란이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를 봉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 세계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능가하는 역대급 에너지 재앙이 닥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힘든 민생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동 현지의 상황은 참혹하다. 오만 무산담 반도 인근 해상에서는 미국의 제재를 받던 유조선 스카이라이트호가 정체불명의 공격을 받아 갑판 위로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1일 오만 해안에서 불과 9km 떨어진 지점에서 피격당했다. 선박의 도색과 표지판 등을 대조한 결과 해당 유조선임이 확인됐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이 이미 실질적인 교전 지역으로 변했음을 시사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제 금융 시장은 즉각 요동치기 시작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28%나 폭등하며 배럴당 71.2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역시 6.68% 뛰어오른 77.74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6%가 넘는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시장이 느끼는 공포가 얼마나 실체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란 정권이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빗장을 걸어 잠그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란 매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그의 엄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들이 기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이 좁은 길목이 막힌다는 것은 세계 경제의 혈관이 막히는 것과 다름없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이란이 주변국들의 에너지 기반 시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 아람코의 정제 설비와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원유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과 산업에 필수적인 천연가스 공급망까지 위협받으면서 에너지 가격 전반이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번 주 브렌트유가 최대 90달러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낙관적인 전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JP모건은 만약 해협 봉쇄가 한 달 이상 장기화될 경우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가볍게 넘겨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병목지점이라고 강조하며, 이곳에 지속적인 지장이 발생하면 글로벌 유가에 막대한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0년대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 당시보다 상황이 세 배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가는 세 자릿수로 뛰고 LNG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물론 낙관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오만만에 보유했던 함정들이 사라졌다며, 국제 해운을 괴롭히던 이란의 시대는 끝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감이 높을수록 보험료와 물류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군이 해협을 장악하더라도 이란의 기습적인 드론 공격이나 게릴라식 파괴 활동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정유 업계와 항공, 해운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가 상승은 곧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며, 이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만 아니라 전기료와 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게 된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차 몰고 다니기 겁난다는 반응부터 기름값이 오르면 물가도 다 오를 텐데 걱정이라는 민심의 소리가 들끓고 있다. 정부 역시 비축유 방출 등 비상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의 파고를 개별 국가가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향방은 미국의 추가 군사 행동과 이란의 보복 수위에 달려 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장기 봉쇄된다면, 세계 경제는 유가 배럴당 120달러라는 전대미문의 시련을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원유가 공포의 상징이 된 지금, 전 세계인의 시선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동의 좁은 바닷길에 고정되어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의 안위가 이 위태로운 해협의 평화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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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붉고 불도 붉다… 3일 밤, 한반도는 '레드 축제'

'달집태우기' 불꽃이 타오르기 때문이다.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일명 '블러드문(Blood Moon)' 현상이 일어난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우리나라 전역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다.우주쇼는 퇴근길 무렵부터 시작된다. 3일 오후 6시 49분 48초, 달의 일부가 가려지는 부분식을 시작으로 오후 8시 4분부터는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식이 진행된다. 절정은 오후 8시 33분 42초다. 이때 달은 검게 사라지는 대신, 지구 대기를 통과하며 굴절된 붉은 태양 빛을 받아 핏빛처럼 붉게 빛난다. 이 신비로운 붉은 달은 밤 9시 3분 24초까지 약 1시간 동안 동쪽 하늘(고도 약 24도)을 장식할 예정이다.하늘에서 붉은 달이 떠오르는 동안, 땅에서는 거대한 달집이 타오른다. 전국 지자체는 대보름을 맞아 다채로운 민속 축제를 준비했다.강원도 삼척에서는 '삼척 정월대보름제'가 열린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삼척 기줄다리기'를 중심으로 엑스포광장과 해수욕장 일대에서 달집태우기와 지신밟기가 진행된다. 동해의 검푸른 바다와 붉은 달, 그리고 달집의 불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는 '2026 송도달집축제'가 개최된다. 오후 6시 27분경 초대형 달집에 점화가 시작되며, 바다 위로 떠 오른 붉은 달과 해변의 불꽃이 묘한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도심 속 달맞이 행사도 풍성하다. 서울 양천구 안양천 둔치와 영등포구 일대에서는 쥐불놀이, 떡메치기 등 시민 참여형 축제가 열린다. 대구 금호강 둔치와 춘천 공지천, 전남 신안 지도읍 등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모여 풍물놀이와 함께 소원을 비는 행사가 이어진다.관건은 날씨다. 기상청은 3일 저녁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거나 흐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구름 사이로 달이 보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천문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국에서 다음 개기월식은 2028년 12월 31일에나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야간 모드를 활용하면 삼각대 없이도 붉은 달과 달집이 어우러진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올해 정월대보름은 하늘의 '블러드문'과 땅의 '달집'이 만나 그 어느 해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낼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축제장을 찾아 붉은 달빛 아래서 건강과 풍요를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