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관리해 드려요" 일본 고향납세의 진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방치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향납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군마현 다테바야시시는 상속 등의 이유로 관리가 끊긴 유휴 농지를 정비해 주는 서비스를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내걸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전체 농지의 약 2%가 경작 포기지로 방치되면서 발생하는 해충 번식과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시외 거주 소유자들은 기부액에 따라 지급되는 정비 쿠폰을 활용해 전문 기업의 도움을 받아 땅을 고르거나 잡초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지자체 보조 사업이 시내 거주자로 한정되어 정작 관리가 시급한 외지 소유자들을 소외시켰던 맹점을 기부 제도로 보완한 셈이다. 다테바야시시는 기부 플랫폼을 통해 5천 엔부터 10만 엔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소유자들의 자발적인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농업위원회와 협력해 정비가 완료된 농지가 실제로 다시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세수 증대를 넘어 지역의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는 실질적인 행정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농지뿐만 아니라 빈집 관리 서비스 역시 일본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즈오카현 후지시나 교토부 후쿠치야마시 등 190여 곳이 넘는 지자체가 이미 부동산 관리 서비스를 답례품 목록에 올렸다. 기부자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지역의 실버인재센터나 건설업체가 빈집의 외관을 점검하고 환기나 청소를 대신해 준 뒤 사진과 함께 보고서를 전달한다. 최근에는 빈집을 아예 철거할 수 있는 비용 이용권까지 등장하며 시외 거주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해 주는 맞춤형 답례품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관리 서비스가 각광받는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빈집 대책 법안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관리가 부실한 빈집을 '특정공가'로 지정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고정자산세 감면 혜택을 박탈해 세금을 최대 6배까지 올리는 페널티를 도입했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관리업체에 매달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고향납세를 통해 세액 공제를 받으면서 자기부담금 2천 엔 정도로 고향집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세금 제도의 압박과 기부 제도의 혜택이 맞물리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낸 것이다.

 


한국 역시 2023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 상품 위주의 답례품 구성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사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빈집과 방치된 농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부 제도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상속받은 부동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도시 거주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생활 밀착형 서비스로의 확장은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관리형 답례품 모델이 한국의 인구 감소 지역에도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농촌 지역의 빈집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지역 내 인력이나 업체와 연계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단순히 기부금을 모으는 단계를 넘어 지역의 현안을 기부자와 함께 풀어가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앞선 경험이 한국형 고향사랑기부제의 진화 방향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핫클립

오죽헌의 밤은 무료, 18일부터 야간 공연

께 상설공연인 '강릉에 살어리랏다'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가무형유산인 강릉농악보존회가 주관하여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8일부터 8월 2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마다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밤의 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18일 개막 공연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릉시립합창단이 선사하는 천상의 화음을 시작으로,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줄타기 묘기가 이어진다. 여기에 신명 나는 강릉농악의 가락이 더해져 오죽헌의 밤하늘을 흥겨움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개막식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타악 퍼포먼스, 창작 국악, 밴드 공연, 댄스 무대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풍성한 볼거리가 쉼 없이 이어진다.올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파격적인 개방 정책이다.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오후 5시부터 오죽헌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들의 문턱을 낮췄다. 비록 실내 전시관 관람은 기존처럼 오후 6시에 종료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야외 구역은 공연이 끝나는 저녁 8시 30분까지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 조명 아래 빛나는 오죽헌의 야경을 배경으로 전통 공연을 감상하는 경험은 오직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가슴을 울리는 강렬한 타악 퍼포먼스와 감각적인 선율의 창작 국악은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하며, 열정적인 밴드와 댄스팀의 무대는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에너지를 선사한다. 이러한 다각적인 기획은 오죽헌이 단순히 역사 공부를 위한 장소를 넘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임승빈 오죽헌·시립박물관장은 이번 상설공연이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치유와 감동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야경과 수준 높은 공연이 어우러져 강릉 여행의 새로운 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쌓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번 야간 개장은 강릉의 숨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강릉시는 이번 야간 상설공연을 통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낮에는 경포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밤에는 오죽헌에서 문화적 소양을 채우는 '강릉형 여름 휴가' 모델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대장정은 전통 예술의 대중화와 야간 관광 콘텐츠의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강릉의 여름밤을 더욱 뜨겁고 아름답게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