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레즈비언 대주교 탄생... 영국 성공회 '2000년 전통' 무너지다

 영국 웨일스 성공회(웨일스 교회)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탄생했다. 체리 반(66) 몬머스 주교가 영국 최초의 여성 대주교이자 공개 동성애자 대주교로 선출된 것이다. 이는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체리 반 주교는 교구 선거인단 투표에서 전체 투표수의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을 얻어 웨일스 교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그녀는 영국 성공회 역사상 최초로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세우게 됐다.

 

영국 레스터셔 출신인 반 대주교는 1994년 잉글랜드 성공회에서 최초의 여성 사제 중 한 명으로 서품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도전은 2020년 웨일스 교회의 몬머스 주교로 임명된 직후 시작됐다. 이때 그녀는 오랫동안 비밀로 해왔던 동성 배우자 웬디 다이아몬드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밝혀 교계 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디언지는 반 대주교의 선출을 여성의 사회 진출 한계를 의미하는 '유리천장'에 빗대어, 종교계의 보수적인 장벽을 깬 의미를 담아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을 부쉈다고 평가했다. 이는 종교계의 오랜 전통과 보수적 관행에 대한 중요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잉글랜드 성공회와 웨일스 성공회는 동성애에 대한 입장에서 차이를 보인다. 잉글랜드 성공회는 동성애를 허용하지만 성직자는 독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반면, 웨일스 성공회는 동성애와 동성 관계를 모두 인정하는 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 대주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려웠던 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수년 동안 관계를 비밀로 유지해야 했고, 신문 1면에서 성 정체성이 폭로될까 늘 걱정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밝혔다. 또한 여성 성직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험한 모습을 많이 봤다. 남성들이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반 대주교는 자신을 운동가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내가 개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선출이 시대적 흐름의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정치적 운동보다는 종교적 소명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불가피한 일이며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진보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동시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신학적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며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교회 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체리 반 대주교의 선출은 영국 성공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독교계에 중요한 변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종교계 내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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