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떠난 린가드, 어디로?…말레이시아-중국-인도네시아 '머니게임' 시작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누비며 팬들에게 감동적인 작별 인사를 건넸던 제시 린가드가 예상치 못한 이적설의 중심에 섰다. 그의 차기 행선지로 거론된 곳은 유럽의 빅리그가 아닌, 놀랍게도 말레이시아 리그의 강호 조호르 다룰 탁짐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는 조호르 구단 공식 홈페이지의 선수 데이터베이스에서 린가드의 이름이 검색된다는 사실을 근거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스타의 합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K리그에서 최상급 활약을 펼치며 부활을 알렸던 그가 아시아의 다른 리그로 향할 수 있다는 소식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린가드의 K리그 생활은 그야말로 '모범' 그 자체였다.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에 대한 초반의 의심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뛰어난 실력은 물론, 팬들을 존중하는 태도와 팀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금세 K리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025시즌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리그 34경기에 출전해 10골 4도움을 기록, 자신의 프로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FC서울은 당연히 그와의 동행을 원했지만, 린가드는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그의 선택을 존중해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공식전 76경기 18골 10도움이라는 빛나는 기록을 남기고 떠난 그의 당연한 행선지는 유럽, 특히 프리미어리그 복귀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말레이시아 이적설의 진원지는 다소 황당하다. 조호르 구단 홈페이지에서 그의 이름이 검색된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인데, 해당 매체조차 이는 사용자가 특정 선수를 수동으로 검색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가드를 향한 아시아권의 관심은 말레이시아뿐만이 아니다. 과거 그와 연결되었던 인도네시아의 페르십 반둥이 다시 후보로 떠올랐고,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의 여러 구단들도 그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루머가 흘러나온다. 다롄 잉보를 비롯해 청두 룽청, 베이징 궈안 등 복수의 팀이 자유계약 신분인 린가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그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린가드가 유럽 복귀 대신 아시아의 다른 리그들과 연결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의 높은 연봉을 감당하면서까지 영입에 나설 프리미어리그 팀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K리그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린가드가 만약 새로운 도전의 무대로 말레이시아나 중국을 택한다면, 이는 K리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리그로의 이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리그의 경우 막대한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서울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의 기량을 고려하면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던 린가드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의 새로운 도전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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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의 유품부터 노벨상 작가의 흔적까지…경기도 문학관 순례길

나고 싶다면 경기도가 제격이다. 이곳에는 한국 문학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문인들의 숨결이 깃든 문학관부터,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책 속에 파묻힐 수 있는 아늑한 공간, 그리고 미래를 체험하는 도서관까지 다채로운 문학 여행지가 보석처럼 흩어져 있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를 살려 '북스테이'를 운영하는 시골 책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AI와 함께 기후 변화를 고민하는 최첨단 도서관에서 지식을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경기도는 한국 문학의 거장들을 추억하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성지와도 같다. 광명에는 요절한 천재 시인 기형도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그의 친필 독서 목록과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창 시절 성적표, 그리고 어머니가 고이 간직했던 잿빛 양복 유품 앞에 서면, 암울하지만 기이한 위로를 건네던 그의 시 세계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화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암울한 일제강점기 속 낭만을 노래한 노작 홍사용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동인지 <백조> 창간호는 당대 문인들의 치열했던 정신을 증명한다. 시선을 세계로 돌려 부천의 펄벅기념관에 이르면, 노벨문학상 작가 펄 벅과 한국의 깊은 인연에 숙연해진다.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돌봤던 그녀의 인류애는 문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다.오직 책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을 원한다면, 개성 넘치는 책방과 도서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성의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지난책'이라 이름 붙인 중고 서적들을 품고 있다. 허물어지던 폐가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이 공간의 백미는 책방 안 작은 방에서 하룻밤을 묵는 '북스테이'다. 반면, 2025년 10월 문을 연 수원의 '경기도서관'은 문학 여행의 미래를 제시한다. 나선형 구조의 거대한 서재 같은 공간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기후변화와 환경 서적을 읽는 것을 넘어 버려진 옷이나 유리 조각으로 소품을 만드는 체험까지 가능하다. 책을 '읽는' 행위를 '경험하는'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문학적 감상에 예술적 체험을 더하고 싶다면 양평의 '잔아문학박물관'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가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이곳은 카프카, 카뮈 등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이 모든 작품이 그의 아내인 여순희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지하, 정호승 등 한국 대표 문인들의 육필 원고를 감상하고, '어린왕자' 테마로 꾸며진 아동문학관을 둘러본 뒤에는 직접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처럼 경기도의 문학 여행은 단순히 책을 읽고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미래 기술과 소통하는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풍요롭고 조용한 여행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