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대 끝났다"…오스카, 70년 지상파 중계 버리고 유튜브와 '5년 독점' 계약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70년 넘게 이어온 지상파 TV 시대를 마감하고,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오스카를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7일(현지시간) 구글의 유튜브와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특정 국가, 특정 방송사에 묶여 있던 전통적인 중계 방식에서 벗어나, 국경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겨 시상식의 접근성과 파급력을 극대화하려는 역사적인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번 계약에 따라 유튜브는 2029년부터 2033년까지 5년간 오스카 시상식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기간 전 세계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시상식의 모든 순간을 실시간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되며, 아카데미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본 시상식뿐만 아니라 레드카펫 행사, 백스테이지 인터뷰 등 다채로운 관련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스카는 1953년 NBC에서 첫 전파를 탄 이래, 1976년부터는 디즈니 산하의 ABC 방송사가 중계를 맡아왔으며, 기존 파트너십은 2028년에 열리는 제100회 시상식까지만 유지된다. 101회 시상식부터는 TV 화면이 아닌 유튜브 플랫폼이 오스카의 새로운 집이 되는 셈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중계권 이전을 넘어, 아카데미의 방대한 유산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보존하고 확산하는 차세대 파트너십의 성격을 띤다. 구글은 중계권 계약의 일부로, 아카데미가 소장한 약 5200만 점에 이르는 영화 관련 사료 '아카데미 컬렉션'의 일부를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과거의 영광을 기록한 귀중한 자료들을 훼손의 위험에서 보호하고, 전 세계 영화 팬과 연구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닐 모헨 유튜브 CEO는 "오스카의 오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스카의 이러한 결정은 미디어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TV 방송의 황금기에는 지상파 중계가 곧 최고의 영예이자 유일한 소통 창구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동시 접속과 자발적인 확산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오스카 중계권료로 연간 약 7500만 달러(약 1109억 원)를 지불해왔으나, 유튜브와의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액을 떠나, 오스카가 미래의 생존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TV라는 전통적인 틀을 과감히 깨고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계약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미디어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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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의 유품부터 노벨상 작가의 흔적까지…경기도 문학관 순례길

나고 싶다면 경기도가 제격이다. 이곳에는 한국 문학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문인들의 숨결이 깃든 문학관부터,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책 속에 파묻힐 수 있는 아늑한 공간, 그리고 미래를 체험하는 도서관까지 다채로운 문학 여행지가 보석처럼 흩어져 있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를 살려 '북스테이'를 운영하는 시골 책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AI와 함께 기후 변화를 고민하는 최첨단 도서관에서 지식을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경기도는 한국 문학의 거장들을 추억하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성지와도 같다. 광명에는 요절한 천재 시인 기형도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그의 친필 독서 목록과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창 시절 성적표, 그리고 어머니가 고이 간직했던 잿빛 양복 유품 앞에 서면, 암울하지만 기이한 위로를 건네던 그의 시 세계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화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암울한 일제강점기 속 낭만을 노래한 노작 홍사용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동인지 <백조> 창간호는 당대 문인들의 치열했던 정신을 증명한다. 시선을 세계로 돌려 부천의 펄벅기념관에 이르면, 노벨문학상 작가 펄 벅과 한국의 깊은 인연에 숙연해진다.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돌봤던 그녀의 인류애는 문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다.오직 책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을 원한다면, 개성 넘치는 책방과 도서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성의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지난책'이라 이름 붙인 중고 서적들을 품고 있다. 허물어지던 폐가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이 공간의 백미는 책방 안 작은 방에서 하룻밤을 묵는 '북스테이'다. 반면, 2025년 10월 문을 연 수원의 '경기도서관'은 문학 여행의 미래를 제시한다. 나선형 구조의 거대한 서재 같은 공간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기후변화와 환경 서적을 읽는 것을 넘어 버려진 옷이나 유리 조각으로 소품을 만드는 체험까지 가능하다. 책을 '읽는' 행위를 '경험하는'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문학적 감상에 예술적 체험을 더하고 싶다면 양평의 '잔아문학박물관'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가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이곳은 카프카, 카뮈 등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이 모든 작품이 그의 아내인 여순희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지하, 정호승 등 한국 대표 문인들의 육필 원고를 감상하고, '어린왕자' 테마로 꾸며진 아동문학관을 둘러본 뒤에는 직접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처럼 경기도의 문학 여행은 단순히 책을 읽고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미래 기술과 소통하는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풍요롭고 조용한 여행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