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구찌의 무리수.."엉성하고 촌스러워" 비난 폭주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 구찌가 야심 차게 공개한 새로운 화보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평소라면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찬사를 받았을 구찌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화보 속에 등장하는 모델들이 실제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공의 존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구찌가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 위크를 앞두고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대거 공개한 AI 화보 이미지가 논란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찌는 이번 이미지를 게시하며 AI로 생성되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의상을 차려입은 남녀 커플은 물론 노년의 여성 모델까지 등장해 구찌의 로고가 선명한 제품들을 착용하고 있다.

 


단순히 인물뿐만이 아니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인공위성에 황금색 구찌 장식이 화려하게 박혀 있는 모습이나 해변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흑마 등 동물과 사물을 주인공으로 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들도 여러 장 포함됐다. 구찌는 이번 프로젝트가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과 창의성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장 큰 비판의 지점은 구찌가 강조해 온 장인 정신과 실제 결과물 사이의 괴리다. 패계의 정점에 있는 브랜드가 인간 모델과 사진작가 그리고 현장의 스태프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창의성을 배제하고 기계가 찍어낸 이미지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글라스를 끼고 모피 코트를 입은 채 레스토랑을 가로지르는 노년 여성의 AI 이미지는 비난의 상징이 됐다. 한 누리꾼은 1970년대 의상을 멋지게 소화할 진짜 밀라노 할머니 모델 한 명을 찾지 못해 가짜 이미지를 썼느냐며 암울한 현실을 비꼬았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들을 두고 AI 슬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슬롭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저질 AI 콘텐츠를 뜻하는 말로 고품격 브랜드를 지향하는 구찌가 대량 생산된 결과물과 다를 바 없는 이미지를 공식 홍보물로 내세운 것에 대한 조롱 섞인 표현이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인 구찌가 굳이 비용 절감이 목적인 기술을 사용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번 화보에 대해 엉성하고 촌스럽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최근 패션계 트렌드가 로고를 과시하기보다는 은은하게 브랜드 가치를 드러내는 콰이어트 럭셔리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구찌의 과한 AI 로고 플레이가 오히려 악재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명품의 가치는 희소성과 인간의 손길에서 나오는데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패션연구소의 프리실라 찬 박사는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최신 기술 도입이 자사 브랜드의 긍정적인 가치와 결합할 수 있는지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의 신기함에 매몰되어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철학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구찌의 이번 시도는 패션계에 AI가 어디까지 침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인지에 대한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창의성의 도구로서 AI를 활용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가치를 대체하려 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화려한 런웨이 대신 차가운 서버 속에서 탄생한 구찌의 모델들이 과연 명품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여행핫클립

이탈리아 중부 드라이브, 인생샷 성지 '천공의 성' 가보니

라 불리는 중부 지역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코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서 영원의 도시 로마에 이르는 이 구간은 토스카나의 완만한 구릉과 라치오의 신비로운 고대 유적을 동시에 품고 있어 드라이브 여행의 정수로 꼽힌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풍경이 이끄는 대로 멈춰 서고 머무는 여유는 렌터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이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안개 속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치비타 디 반뇨레조다. 깎아지른 듯한 응회암 절벽 위에 위태롭게 얹힌 이 마을은 오직 좁고 긴 다리 하나로만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 마치 현실 세계를 벗어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계곡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가 마을 하단을 감싸 안으며 공중에 떠 있는 성의 형상을 완성한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립된 지형 덕분에 이곳은 현대 문명의 침범을 피하고 중세의 시간을 고스란히 박제한 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마을의 뿌리는 로마 문명보다 앞선 에트루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반 침식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땅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다. 한때 번성했던 도시는 지진과 풍화 작용으로 주민들이 떠나며 '죽어가는 도시'라는 쓸쓸한 별명을 얻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과거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인 석조 건물과 세월의 때가 묻은 돌길을 걷다 보면 관람객은 수백 년 전의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드라이브의 출발점인 피렌체를 지나 남쪽으로 향하면 중세의 위용을 간직한 소도시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탑들로 유명한 산지미냐노는 가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들이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해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어지는 시에나는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성장이 멈춘 덕분에 오히려 완벽한 중세 도시의 원형을 유지하게 된 곳이다. 부채꼴 모양의 캄포 광장에 앉아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일깨워준다.토스카나 여행의 백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도르차 평원의 구릉 지대를 달리는 순간에 완성된다.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빛 물결과 능선을 따라 정렬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마치 정교하게 그려진 수채화 속을 달리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영화 속 명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가로수길과 구불구불한 곡선이 예술적인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왜 이곳이 전 세계 드라이버들의 꿈의 코스로 불리는지 실감하게 된다. 언덕 위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 이곳의 풍경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하지만 이국적인 풍광에 취해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도심 자동차 출입 통제 구역인 ZTL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무인 주유소의 독특한 결제 시스템 또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무엇보다 관광객을 노리는 도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차량 내 귀중품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고대 유적과 중세의 낭만이 교차하는 이탈리아 중부의 도로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