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찾은 외계행성 1만개, 진짜일까?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우주 탐사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 연구진이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단일 탐색만으로 만 개가 훌쩍 넘는 외계행성 후보군을 새롭게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인류가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으로 관측한 이래 누적된 전체 발견 건수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천문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모두 실제 행성으로 확정될 경우 인류가 인지하는 우주의 지평이 비약적으로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소속 천문학 연구팀은 우주망원경이 수집한 방대한 양의 항성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에 학습시켜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무려 8천만 개가 넘는 별들의 빛 변화 기록을 정밀하게 추적했으며, 그 결과 총 1만 1554개의 새로운 외계행성 후보를 도출해냈다. 특히 이 가운데 1만 52개는 기존의 어떤 천문학 연구에서도 보고된 바 없는 완전히 새로운 천체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작년 하반기까지 공식적으로 집계한 외계행성의 수가 약 6천 개 남짓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체 외계행성 목록이 세 배 가까이 폭증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번 대규모 발견의 핵심적인 데이터 출처는 2018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려진 테스 우주망원경이다. 테스는 우주 공간을 돌며 특정 별의 밝기가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현상을 포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는 행성이 별의 앞면을 가로질러 지나갈 때 발생하는 일식과 유사한 원리로, 천문학에서는 이를 항성면 통과 기법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테스가 보내온 수천만 개의 광도 곡선 데이터 속에서 인간의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밝기 변화 패턴을 초고속으로 솎아냈다.

 

분석을 통해 걸러진 만 여 개의 후보 천체들은 상당히 구체적인 물리적 특성까지 드러냈다. 전체 후보군의 약 87퍼센트에 해당하는 천체들에서는 항성면 통과 현상이 최소 두 번 이상 반복적으로 관측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해당 천체들이 중심별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공전 주기를 계산해 냈으며, 그 기간은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27일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새롭게 발견된 후보군들이 며칠 만에 별을 공전할 정도로 중심별에 바짝 붙어있는 극단적인 환경의 행성들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상 망원경을 동원한 교차 검증 작업도 수행했다. 이들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마젤란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로부터 약 3950광년 떨어진 특정 별을 집중적으로 관측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지목했던 후보 천체 중 하나가 실제로 목성과 비슷하지만 온도가 매우 높은 이른바 뜨거운 목성 형태의 외계행성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알고리즘이 도출한 나머지 만 여 개의 후보들 역시 실제 행성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이번 연구는 관측의 사각지대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외계행성 탐색은 신호 포착이 쉬운 밝은 별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연구팀은 기존 기준보다 훨씬 어두운 16등급의 항성들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관측 대상을 어두운 별로 확장함에 따라 우주에 숨겨진 더 많은 행성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논문은 아직 동료 학자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전 공개 단계다. 제안된 모든 후보 천체들이 실제 행성으로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지상 및 우주 망원경의 추가 관측이 요구된다.

 

여행핫클립

이탈리아 중부 드라이브, 인생샷 성지 '천공의 성' 가보니

라 불리는 중부 지역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코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서 영원의 도시 로마에 이르는 이 구간은 토스카나의 완만한 구릉과 라치오의 신비로운 고대 유적을 동시에 품고 있어 드라이브 여행의 정수로 꼽힌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풍경이 이끄는 대로 멈춰 서고 머무는 여유는 렌터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이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안개 속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치비타 디 반뇨레조다. 깎아지른 듯한 응회암 절벽 위에 위태롭게 얹힌 이 마을은 오직 좁고 긴 다리 하나로만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 마치 현실 세계를 벗어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계곡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가 마을 하단을 감싸 안으며 공중에 떠 있는 성의 형상을 완성한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립된 지형 덕분에 이곳은 현대 문명의 침범을 피하고 중세의 시간을 고스란히 박제한 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마을의 뿌리는 로마 문명보다 앞선 에트루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반 침식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땅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다. 한때 번성했던 도시는 지진과 풍화 작용으로 주민들이 떠나며 '죽어가는 도시'라는 쓸쓸한 별명을 얻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과거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인 석조 건물과 세월의 때가 묻은 돌길을 걷다 보면 관람객은 수백 년 전의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드라이브의 출발점인 피렌체를 지나 남쪽으로 향하면 중세의 위용을 간직한 소도시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탑들로 유명한 산지미냐노는 가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세워진 건축물들이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해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어지는 시에나는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성장이 멈춘 덕분에 오히려 완벽한 중세 도시의 원형을 유지하게 된 곳이다. 부채꼴 모양의 캄포 광장에 앉아 즐기는 한 잔의 커피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일깨워준다.토스카나 여행의 백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발도르차 평원의 구릉 지대를 달리는 순간에 완성된다.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빛 물결과 능선을 따라 정렬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마치 정교하게 그려진 수채화 속을 달리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영화 속 명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가로수길과 구불구불한 곡선이 예술적인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왜 이곳이 전 세계 드라이버들의 꿈의 코스로 불리는지 실감하게 된다. 언덕 위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 이곳의 풍경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하지만 이국적인 풍광에 취해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도심 자동차 출입 통제 구역인 ZTL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면 예상치 못한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무인 주유소의 독특한 결제 시스템 또한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무엇보다 관광객을 노리는 도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차량 내 귀중품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고대 유적과 중세의 낭만이 교차하는 이탈리아 중부의 도로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