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학살 책임자, 어떻게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었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4·3 희생자 추념일 이전에 4·3 당시 강경 진압 책임자로 지목되는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오 지사는 13일 제주를 방문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도민 사회의 분노를 잠재우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면담은 권오을 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권 장관은 논란이 된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절차와 진행 상황을 4·3 유족과 도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그는 오 지사와의 면담에서 보훈부가 지난 2월 26일부로 법률에 따라 등록 취소 절차에 착수해 보훈심사위원회로 안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심사 결과는 등록 취소로 동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0월, 보훈부가 박진경의 양손자가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일본군 출신인 박진경은 1948년 4·3 발발 이후,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던 전임 연대장 후임으로 부임해 초대 11연대장을 맡았다. 그는 강경 진압 작전을 주도하며 수많은 도민을 체포하는 등 학살의 핵심 책임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부임 두 달여 만에 부하들에게 암살되었다.

 

이러한 인물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 사회는 즉각 들끓었다. 4·3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학살의 책임자에게 국가유공자 칭호를 부여하는 것은 역사를 모독하고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고, 결국 권오을 장관이 작년 12월 직접 제주를 찾아 공식 사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태의 심각성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주 사회의 분노와 역사적 사실관계를 고려해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보훈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유족이 아닌 양손자의 신청을 위원회 심의 없이 받아들인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며 직권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오영훈 지사의 이번 요청은 보훈심사위원회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4·3 추념식이라는 상징적인 시점 이전에 모든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권 장관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수개월간 제주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박진경 서훈 논란’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행핫클립

단풍부터 당근 디저트까지…제주는 지금 ‘가을 맛집’

가장 좋은, 제철 제주 가을’을 주제로 2026년 가을 추천 제주 관광지를 발표했다. 이번 추천지는 걷기와 자전거 여행, 제철 먹거리, 숲속 휴식, 마을 산책, 문화·예술 행사 등 가을 제주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여행 방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가을 제주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한라산이다. 기온이 내려가며 산빛이 서서히 바뀌는 이 시기 한라산은 단풍을 즐기기에 좋은 대표 명소로 꼽힌다. 오를수록 짙어지는 가을빛과 능선을 따라 번지는 단풍은 천천히 걷는 여행자에게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전한다.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여행도 추천 코스에 포함됐다. 신창풍차 해안도로와 법환∼강정해안도로는 자전거를 타고 제주의 해안 풍경을 느끼기 좋은 길이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푸른 바다와 작은 마을,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이 차례로 이어져 제주 가을의 여유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입맛으로 만나는 가을 제주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철 먹거리로 당근을 추천했다. 제주시 구좌읍은 제주를 대표하는 당근 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당근을 활용한 케이크와 음료,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들이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산지의 신선함과 감각적인 카페 문화가 결합하며 구좌 일대는 가을 미식 여행지로도 주목받고 있다.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숲과 오름이 어울린다. 제주관광공사는 ‘나를 되찾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물영아리오름과 동백동산습지를 제안했다.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을 지닌 물영아리오름은 숲길과 습지가 어우러져 명상과 산책에 알맞고, 동백동산습지는 깊은 숲의 정취 속에서 차분히 머물기 좋은 공간이다.가을 제주 특유의 풍경을 완성하는 억새 명소도 소개됐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억새군락지와 큰사슴이오름은 은빛 억새가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특히 해 질 무렵 억새밭은 제주의 가을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로 꼽힌다.문화와 축제도 계절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비엔날레와 탐라문화제 등 가을철 열리는 행사들을 함께 즐기면 자연 풍경과 예술, 지역 문화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추천 관광지와 세부 여행 정보는 제주도 공식 관광 정보 포털인 비짓제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29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제주 가을 사진 이벤트’도 진행한다. 행사 기간 제주 여행 중 촬영한 가을 문화·축제 사진을 비짓제주 홈페이지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