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이' 영상에 네타냐후 직접 등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보름째로 접어들며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정예부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공개적인 살해 위협을 가하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위협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진 네타냐후 총리의 사망설과 맞물리며 단순한 군사적 긴장을 넘어선 기묘한 정보전의 양상까지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15일 현지 시각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자체 매체인 세파 뉴스 웹사이트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를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범죄자로 규정하며 그가 살아 있다면 끝까지 추적해 온 힘을 다해 죽여버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란 측이 굳이 살아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한 네타냐후 사망설을 의식한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적국 수장의 생사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이 같은 설전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망설의 발단은 지난 13일 공개된 네타냐후 총리의 영상 연설이었다. 해당 영상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오른손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여섯 개처럼 보이는 기이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를 본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은 해당 영상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공지능 생성 영상이라며 미확인 주장을 쏟아냈다. 급기야 네타냐후가 이미 이란의 공격으로 숨졌으며 이스라엘 정부가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가짜 영상을 제작해 사망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번지며 삽시간에 에스엔에스를 점령했다.

 


여기에 미국의 유명 보수 정치평론가 캔디스 오웬스까지 가세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오웬스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 네타냐후의 애칭인 비비를 언급하며 그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왜 총리실이 가짜 인공지능 영상을 공개했다가 삭제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의 한마디에 사망설은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이스라엘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영상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전문가들은 촬영 당시의 각도와 조명 그리고 디지털 압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등에 따라 손가락이 일시적으로 겹쳐 보이거나 비정상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라는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미 공포와 의혹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번진 후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스라엘 총리실은 14일 해당 소문은 명백한 가짜뉴스이며 총리의 신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공식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자신의 생존을 직접 증명하기 위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로이터와 에이피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예루살렘 교외의 한 카페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는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보좌관이 최근 떠도는 사망설에 관해 묻자 네타냐후 총리는 히브리어로 나는 커피가 좋아 죽지라고 농담 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그는 나는 우리 국민이 좋아 죽는다는 말을 덧붙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네타냐후 총리가 영상 중간에 자신의 손가락을 의도적으로 활짝 펼쳐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서 제기된 인공지능 영상설과 육손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이 손가락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이 진짜 인물임을 확실히 각인시키려 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카페 측이 올린 다양한 에스엔에스 게시물을 통해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당일 카페를 방문한 사실이 교차 검증되었다고 보도하며 사망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해프닝은 전쟁 중 벌어지는 정보의 왜곡과 가짜뉴스의 파급력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살기 등등한 위협과 네타냐후 총리의 여유로운 커피 영상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중동의 포화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국가 수장의 생사를 두고 벌어진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이란의 계속되는 추적 예고와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가 맞물리며 중동의 밤은 여전히 미사일 경보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전쟁터에서 들려오는 비보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소문이라는 점을 이번 사건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의 자존심을 건 심리전이 격해질수록 앞으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주장들이 등장할지 전 세계의 시선은 여전히 예루살렘과 테헤란의 입에 집중되고 있다. 보름 넘게 이어지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커피 한 잔은 평화가 아닌 또 다른 폭풍 전야의 예고편처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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