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표 개선문, 기념물 넘어 군사 거점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한복판에 추진하는 초대형 개선문이 단순 기념물이 아니라 군사시설 기능까지 갖춘 구조물로 바뀔 전망이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사업이 역사 경관 훼손과 고도 제한 논란에 휘말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군의 강력한 요청과 국가안보 목적에 따라 개선문을 최첨단 군사시설과 결합하는 방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가 구상하는 개선문은 높이 250피트, 약 76m다. 워싱턴DC의 일반적인 건축물 높이 제한인 약 40m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이 개선문이 단순한 상징 조형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선문 꼭대기와 광장에 저격수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드론을 신속하게 띄울 수 있는 장비도 갖추겠다고 했다. 저격수용 탄약을 보관하는 공간까지 포함하겠다는 설명도 내놨다. 개선문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감시·방어 기능을 갖춘 거대 구조물에 가깝다.

 

그는 이 계획을 두고 “전 세계에 이런 시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주요 도시 59곳 가운데 워싱턴DC만 개선문이 없었다”며 “이제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개선문이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이 같은 표현 자체가 국가 기념물보다 개인 정치 브랜드를 앞세운 과시성 사업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이번 군사시설 결합 방침은 소송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이미 미 참전용사들은 개선문 건설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의 역사적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 기념물이라면 경관·역사성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지만, 국가안보 시설이라는 논리가 붙으면 정부의 재량권이 더 넓게 인정될 수 있다.

 

개선문이 들어설 예정지 자체도 민감하다. 링컨기념관은 남북전쟁 당시 연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을 기리는 공간이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남부연합군을 지휘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옛 집터가 포함된 곳이다. 두 장소를 잇는 축은 전쟁 이후 미국의 화해와 통합을 상징해왔다. 이곳에 76m 높이의 거대 개선문이 세워지면 기존 경관의 의미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 안전 문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모습이다. 예정지 인근에는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공항이 있어 높은 구조물이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미 연방항공청은 최근 해당 개선문이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DC는 오랫동안 낮은 스카이라인을 유지하며 국가기념물과 역사 지구의 조망을 관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선문은 이 도시 설계 원칙과 충돌한다. 게다가 저격수 배치와 드론 운용, 탄약 보관까지 포함된 구조물이라면 공공 기념물인지, 군사 거점인지 성격 자체를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DC에 새로운 국가 상징물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국가적 통합의 공간에 군사화된 기념물을 들이는 것은 오히려 분열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개선문이 실제로 세워질지는 법원의 판단과 여론, 그리고 ‘국가안보’ 명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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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들이 여기로”…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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