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드라마가 있었어?"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드라마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고 하던가요? 가혹한 비판과 논란을 넘어 가장 안타까운 퇴장은 시청자들의 무관심 속에 쓸쓸한 퇴장이다. 여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드라마들이 있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ENA가 큰 야망을 품고 내놓은 드라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단 한 번도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0%대였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두 톱스타 설현과 임시완이 출연한 ENA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해 11월 0%로 시작해 중반부터 4회까지 제자리를 지켰고, 중반부터는 0.6%를 밑돌았다.

 

tv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2'도 수목드라마에서 '형보다 훨씬 못난 동생'이라는 수식어만 남기고 꼴찌로 종영했다. 시즌1에서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호평받으며 평균 시청률 4~5%를 기록했다. 시즌2도 1차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출발인듯했지만 굴욕적인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애국가보다 시청률이 낮은 그 어려운 일을 이들이 해냈다.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평도 평론도 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마무리됐다. 차가운 무관심 속 쓸쓸하게 마무리된 세 드라마는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 큰 오점을 남겼다.

 

여행핫클립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