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에서 듀오로' 손민수·임윤찬, 첫 협연 무대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이 한 무대에서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사제지간이자 예술적 동반자 관계인 두 거장이 선보일 특별한 협연으로,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큰 기대를 모은다. 현대카드는 7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두 피아니스트의 국내 첫 듀오 공연으로, 클래식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첫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손민수는 임윤찬이 서울예고 재학 시절부터 사사한 스승이다. 강렬한 기교와 음악적 통찰력을 가진 손민수는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손민수 Curated’ 시리즈를 통해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도 기획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임윤찬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최근 ‘쇼팽: 에튀드’ 음반으로 BBC뮤직매거진 어워드 3관왕에 오르며 클래식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제자에서 동반 연주자로 성장한 이들이 함께하는 듀오 공연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공연에서 두 피아니스트는 세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브람스 특유의 치밀한 구조와 낭만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대작이다. 이 작품은 장대한 구성과 극적인 전개를 통해 두 연주자 간의 긴밀한 호흡과 음악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이다. 원래는 관현악을 위한 작품인 이 곡을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연주하는 도전적인 레퍼토리로, 관현악의 풍성함과 극적인 긴장감을 피아노만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라흐마니노프의 이 작품은 두 피아니스트의 완벽한 협동과 기술적인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주될 프로그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다. 원곡은 동명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의 주요 장면을 엮은 오케스트라 모음곡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바르톡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인 이하느리가 편곡한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서 극적인 장면들이 피아노로 재현되며, 두 피아니스트가 이끌어가는 섬세한 음악적 대화가 돋보일 것이다.

 

현대카드 측은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 중인 두 피아니스트의 예술적 긴장과 교감은 한국 클래식 음악사에 남을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하며, "베르비에 페스티벌 레퍼토리를 서울에서 미리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스위스 베르비에에서 열리는 ‘2025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연주될 예정이라, 서울에서 이를 미리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특별하다.

 

예매는 NOL 티켓을 통해 가능하며, 현대카드 회원은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현대카드 DIVE 앱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이 펼칠 음악적 대화는 클래식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그들의 예술적 열정과 협연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여행핫클립

러시아 국경 옆 시르케네스, 방공호에 새겨진 320번의 공습

'후르티그루텐'은 1893년부터 해안가 34개 항구를 잇는 노르웨이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산과 피오르가 육로를 차단한 지형적 특성상 바다는 노르웨이인들에게 풍경이기에 앞서 유일한 길이었다. 폭풍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항해하는 이 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민적 기억을 공유하는 움직이는 박물관과 같다.시르케네스 도심 지하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방공호 '앤더스그로타'가 숨겨져 있다. 독일군의 군사 거점이었던 이 도시는 4년 동안 무려 320차례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으며, 시민들은 차갑고 축축한 바위 터널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냈다. 전기도 화장실도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노인이 숨을 거두던 이 공간은 이제 역사의 증언자가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지상의 평화로운 설경 아래 잠든 지하의 상흔은 이 도시가 짊어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도시를 벗어나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네이든 지역에는 국경이 갈라놓은 또 다른 아픔이 남아 있다. '아브 박물관'은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 접경지에 거주해온 원주민 스콜트 사미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최전선이다. 19세기 이후 강대국들의 국경 긋기로 인해 생활권이 세 나라로 찢긴 이들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최근의 국제 정세 악화로 러시아 쪽 동족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이들이 겪는 문화적 고립감과 언어 소멸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사라져가는 스콜트 사미어를 되살리려는 현지의 노력은 눈물겹다. 노르웨이 내에서 이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박물관의 도슨트들은 수업을 통해 새로운 구사자를 길러내며 언어의 맥을 잇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기에, 이들의 수업은 사라진 뿌리를 찾는 고단한 여정과도 같다. 국경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언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민족의 영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시르케네스의 여행이 비장미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묵직한 역사를 마주한 뒤 바렌츠해에서 갓 잡아 올린 킹크랩을 맛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선명한 위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여행자들은 방공호의 차가운 공기와 사미어 노래의 애잔함을 되새기며 북극권 항구도시의 매력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역사적 상흔과 풍요로운 바다의 혜택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환경은 시르케네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노르웨이의 북동쪽 끝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목격하는 일이 된다. 바닷길을 통해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전쟁이 남긴 흉터, 그리고 소멸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르케네스라는 도시의 서사를 완성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북쪽 끝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문화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