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스키장까지'... 시골마을이 '관광명소'로 바뀐 '기적같은 반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작은 마을 '질오목'이 겨울철 이색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던 이곳이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난 비결은 바로 '논 썰매장'이다.

 

2022년 첫 선을 보인 질오목마을의 논 썰매장은 농한기 수익 창출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기획했다. 오금리질오목협동조합 소속 30여 명의 주민들은 손수 나무를 깎아 썰매를 제작하고, 수확이 끝난 논에 물을 채워 천연 얼음판을 조성했다. 도시의 인공 스케이트장과는 달리, 고즈넉한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주말엔 하루 2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하지만 질오목마을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겨울철 썰매장에만 있지 않다. 이 마을은 2019년부터 DMZ 생태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은 생태문화해설사 교육을 받고, 사계절 내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봄에는 논습지 생태 관찰, 여름엔 농작물 수확 체험, 가을엔 농산물 수확과 음식 만들기, 겨울엔 철새 관찰까지 계절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마을의 환경 보전 노력이다. 주민들은 DMZ생태연구소와 협력해 철새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다. 수확 후 논에 볏짚을 깔아주고 먹이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으로 2021년에는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가 마을로 돌아오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노력은 농산물 판매 증대로도 이어졌다. DMZ의 청정 환경에서 재배된 농산물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쌀, 고춧가루, 된장 등 마을 특산품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협동조합은 수익금을 조합원들과 나누고, 일부는 마을 노인정에 기부하는 등 지역 공동체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여행핫클립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