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게 섰거라" 한화오션, 캐나다서 반전 노린다

 캐나다 해군의 전력을 책임질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계약을 위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최고경영자는 최근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 당국과의 신속한 협상 진행을 촉구했다. 그는 이미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검증된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캐나다 측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초대형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독일 측이 계약 확정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독일이 이처럼 서두르는 배경에 한국의 한화오션을 의식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캐나다 정부는 독일을 우선협상자로 지목하면서도 한국의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업체로 지정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독일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즉각 한국 기업과 대화를 시작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했다. 2순위 업체가 언제든 대체 투입될 수 있다는 사실은 독일 측에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협상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독일의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본협상은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술 이전의 범위와 구체적인 건조 비용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TKMS는 2034년까지 잠수함 4척을 인도하고 캐나다 현지에 대규모 일자리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캐나다 국방투자청은 납기 일정과 후속 군수 지원 등 세부 조건에서 독일 측의 확약을 받아내기 위해 꼼꼼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의 지연은 예비 지위를 가진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한국에 예비 공급업체 지위를 부여한 것을 두고 고도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방산 계약에서 단독 협상 대상자만 존재할 경우, 해당 업체가 가격을 올리거나 조건을 변경하더라도 정부가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라는 강력한 대안을 옆에 둠으로써 캐나다는 독일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쥐게 되었다. 즉, 한국의 존재 자체가 독일의 독주를 막고 캐나다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놓쳤지만, 한화오션이 보여준 경쟁력은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한국 방산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의 강호인 독일과 마지막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친 것은 한국형 3000톤급 잠수함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화오션 측은 이번 수주전에서 확인된 부족한 점을 보완해 향후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토 회원국 간의 전략적 유대라는 벽은 높았으나, 기술력만큼은 세계가 인정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결국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향후 진행될 독일과의 세부 계약 결과에 달려 있다. 독일이 캐나다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하며 안정적으로 계약을 마무리할지, 아니면 협상 결렬로 인해 한국에 극적인 반전의 기회가 돌아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화오션은 예비 공급업체로서의 준비를 갖추는 동시에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다른 국가로의 수출 레퍼런스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거대 방산 프로젝트를 둘러싼 국가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은 이제 본격적인 세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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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