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0-4 대패가 3-0 몰수승으로…김상식호에 벌어진 황당한 사건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 귀화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말레이시아 축구계에 결국 철퇴를 내렸다. FIFA는 자격 미달 선수를 A매치에 출전시킨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에 대해 최근 치른 3경기를 모두 0-3 몰수패 처리하는 징계를 확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지난 6월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대패를 당하며 경질설에 휩싸였던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 대표팀 역시 조만간 0-4 패배가 3-0 승리로 뒤바뀌며 오명을 벗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말레이시아가 국가대표팀의 성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귀화 정책을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다. FIFA는 지난 9월, FAM이 선수들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귀화 절차를 진행한 혐의를 포착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또한, 이 과정에 연루된 7명의 선수에게는 1년간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FIFA는 문제가 된 선수들이 출전했던 A매치 경기 결과를 모두 무효화하는 후속 조치를 단행했다. 징계가 확정된 경기는 카보베르데전(1-1 무), 싱가포르전(2-1 승), 팔레스타인전(1-0 승)으로, 이 경기들은 모두 말레이시아의 0-3 몰수패로 기록이 정정됐다.

 


이번 FIFA의 징계로 가장 큰 굴욕을 겪었던 김상식 감독은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회복할 결정적인 계기를 맞았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 6월 2027 아시안컵 예선에서 말레이시아에 0-4로 대패하며 동남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선발 11명 중 9명을 아르헨티나 등 남미 출신 귀화 선수로 채우는, 사실상의 '외인부대'로 경기에 나섰다. 동남아 최강자로 꼽히던 베트남의 치욕적인 참패에 김 감독은 현지 언론과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일부에서는 경질론까지 제기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불법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이제는 '가짜 대표팀'을 상대로 한 패배의 멍에를 벗고 정당한 승리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아시안컵 예선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관할이기에 몰수승 여부는 AFC의 최종 결정에 달려있다. 하지만 상위 기구인 FIFA가 먼저 서류 조작을 근거로 강력한 몰수패 징계를 내린 만큼, AFC 역시 FIFA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FAM은 FIFA의 징계에 불복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AFC가 CAS의 항소 결과를 기다린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 보도하고 있으며, CAS가 FAM의 항소를 기각할 경우 AFC는 지체 없이 말레이시아의 몰수패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를 훔쳤던 말레이시아의 행위는 국제적인 망신으로 귀결되었고, 억울한 패배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김상식 감독은 극적으로 명예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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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의 유품부터 노벨상 작가의 흔적까지…경기도 문학관 순례길

나고 싶다면 경기도가 제격이다. 이곳에는 한국 문학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문인들의 숨결이 깃든 문학관부터,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책 속에 파묻힐 수 있는 아늑한 공간, 그리고 미래를 체험하는 도서관까지 다채로운 문학 여행지가 보석처럼 흩어져 있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를 살려 '북스테이'를 운영하는 시골 책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AI와 함께 기후 변화를 고민하는 최첨단 도서관에서 지식을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경기도는 한국 문학의 거장들을 추억하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성지와도 같다. 광명에는 요절한 천재 시인 기형도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그의 친필 독서 목록과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창 시절 성적표, 그리고 어머니가 고이 간직했던 잿빛 양복 유품 앞에 서면, 암울하지만 기이한 위로를 건네던 그의 시 세계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화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암울한 일제강점기 속 낭만을 노래한 노작 홍사용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동인지 <백조> 창간호는 당대 문인들의 치열했던 정신을 증명한다. 시선을 세계로 돌려 부천의 펄벅기념관에 이르면, 노벨문학상 작가 펄 벅과 한국의 깊은 인연에 숙연해진다.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돌봤던 그녀의 인류애는 문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다.오직 책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고요한 시간을 원한다면, 개성 넘치는 책방과 도서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성의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지난책'이라 이름 붙인 중고 서적들을 품고 있다. 허물어지던 폐가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이 공간의 백미는 책방 안 작은 방에서 하룻밤을 묵는 '북스테이'다. 반면, 2025년 10월 문을 연 수원의 '경기도서관'은 문학 여행의 미래를 제시한다. 나선형 구조의 거대한 서재 같은 공간에서는 누구나 무료로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기후변화와 환경 서적을 읽는 것을 넘어 버려진 옷이나 유리 조각으로 소품을 만드는 체험까지 가능하다. 책을 '읽는' 행위를 '경험하는'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다.문학적 감상에 예술적 체험을 더하고 싶다면 양평의 '잔아문학박물관'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가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이곳은 카프카, 카뮈 등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이 모든 작품이 그의 아내인 여순희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지하, 정호승 등 한국 대표 문인들의 육필 원고를 감상하고, '어린왕자' 테마로 꾸며진 아동문학관을 둘러본 뒤에는 직접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처럼 경기도의 문학 여행은 단순히 책을 읽고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자연 속에서 사색하고, 미래 기술과 소통하는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풍요롭고 조용한 여행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