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도 불사한 박형준 "부산 시민 자존심 지킨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미래를 책임진 수장이 국회 한복판에서 머리카락을 깎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격 삭발을 감행해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평소 합리적이고 온화한 소통을 강조해온 박 시장이 이토록 강경한 자해적 행위에 나선 것은 부산의 운명이 걸린 특별법이 국회 문턱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현실에 대한 최후의 저항으로 풀이된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 시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부산을 싱가포르나 두바이처럼 만들 수 있는 부산발전특별법이 바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글로벌 해양수도를 만들겠다면서 왜 이 법안만 쏙 빼놓느냐며 국가의 미래와 부산의 미래가 걸린 일에 발목을 잡는 행태에 강력히 항의했다. 박 시장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현장에 모인 부산 지역 의원들과 당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삭발을 마친 박 시장은 평소 논리와 합리로 정치를 풀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삭발이나 단식 같은 행위에는 부정적이었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독한 마음으로 부닥치지 않으면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며 부산 시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깔끔하게 깎인 그의 머리 위로 부산의 절박함이 그대로 투영된 순간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이미 입법공청회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강원, 제주, 전북 특별자치도 관련 법안인 이른바 3특 특별법만 상정되어 심의를 통과하는 동안 부산발전특별법만 배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 시장은 같은 지역발전법이고 전북도 되고 강원도 되는데 왜 부산만 안 되느냐며 이것이 명백한 부산 차별이라고 성토했다.

 

박 시장은 화살을 야당으로 돌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윤건영 행안위 법안심사 1소위원장, 그리고 특히 이 법안을 공동대표 발의한 전재수 의원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160만 부산 시민이 서명한 법안이 우습게 보이느냐며 북극항로 시대 글로벌 해양수도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다 헛말이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부 협의까지 모두 끝난 법안을 유독 부산만 빼놓은 의도가 무엇인지 따져 묻는 박 시장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공동 발의자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11일 입법공청회 직후 법안 처리가 잘 정리되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에는 24일 법안소위에 글로벌특별법이 상정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 시장 측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부산시 측은 민주당이 법안 심사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가 선거를 앞두고 전재수 의원에게 공을 몰아주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시장은 부산 시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라며 정치적 생색을 낼 수 있는 것만 챙기는 속 좁은 정치를 그만두라고 직격했다.

 

이날 삭발 현장에는 정동만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김미애, 김대식, 정성국 의원 등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박 시장에게 힘을 보탰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부산 특별법 통과를 외치며 국회를 압박했다. 한 도시의 시장이 머리를 깎아야만 법안이 논의되는 한국 정치의 서글픈 현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며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법적 토대다. 규제 완화와 특례 적용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부산의 꿈이 담겨 있다. 박형준 시장의 이번 삭발 투쟁이 멈춰 선 국회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내던진 시장의 진심이 24일 열릴 법안소위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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