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출전이 독 됐나, 김혜성 가로막은 샘플 부족과 유망주 벽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스프링캠프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던 김혜성을 트리플A로 내려보낸 배경을 직접 밝혔다. 김혜성은 이번 시범경기 9경기에 출전해 타율 0.407, 1홈런, 6타점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빅리그 입성 가능성을 높였으나, 결국 개막 로스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로버츠 감독은 이번 결정이 캠프 기간 중 가장 내리기 어려운 판단이었다고 토로하면서도, 현재 팀 상황에서 김혜성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등의 핵심 사유로 꼽았다. 이는 즉시 전력감으로서의 기량보다는 장기적인 육성 관점에서의 선택임을 시사한다.

 

로버츠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다저스는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유격수와 2루수, 중견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매일 경기에 나서는 것이 선수 개인의 발전과 팀의 미래 전력에 더 이롭다고 판단했다. 메이저리그 벤치 멤버로 남겨두기보다는 트리플A에서 실전 감각을 극대화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김혜성 대신 개막 로스터에 합류한 유망주 알렉스 프리랜드의 성적과 비교되면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프리랜드는 시범경기 19경기에서 타율 0.114라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을 제치고 빅리그 생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명한 성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저스가 프리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검증된 샘플'과 '수비력'에 있었다. 김혜성은 2026 WBC 대표팀 합류로 인해 소속팀 캠프를 비운 기간이 길었고, 이로 인해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김혜성의 기량을 확신할 만한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프리랜드는 타율은 낮았지만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줬고, 이미 트리플A에서 충분한 성과를 냈다는 점이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로버츠 감독은 스프링캠프 성적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프리랜드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구단 프런트의 기술적인 판단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저스 구단은 김혜성을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보내면서 그의 스윙 메커니즘에 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범경기 기록은 훌륭했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질을 상대하기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보였다는 뜻이다. 결국 김혜성은 미국 진출 첫해였던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규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하게 됐다. 압도적인 수치로 무력시위를 벌였음에도 시스템의 벽에 부딪힌 김혜성 입장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혜성의 강등은 WBC 출전이라는 변수가 빅리그 연착륙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남게 됐다. 국가대표로서의 헌신이 소속팀 내 경쟁에서는 오히려 '적은 샘플'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장기적으로 팀에 기여할 재목이라고 치켜세우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현지 언론과 팬들은 4할 타자를 내치고 1할 타자를 선택한 다저스의 파격적인 로스터 구성에 대해 여전히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혜성으로서는 트리플A에서 자신의 스윙을 완벽히 다듬어 실력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제 김혜성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다시 한번 빅리그 콜업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저스가 지적한 스윙 교정 과제를 얼마나 빠르게 완수하고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증명하느냐가 복귀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프리랜드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김혜성에게 기회가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2025시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김혜성이 다저스의 '어려운 결정'이 틀렸음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 야구계의 시선이 트리플A 무대로 향하고 있다.

 

여행핫클립

기차 타고 로키 산맥 넘어 옐로나이프 오로라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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