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왼발에 홀린 서울, 맨시티전 맹활약

 한국 축구의 간판 이강인이 마침내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붉고 흰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였다.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시즌 매치에서 이강인은 후반 교체 투입되어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가 행정 절차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자마자 치른 이번 데뷔전은, 결과보다는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 체제 안에서 이강인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이날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맨시티에 1대 3으로 패했지만, 이강인의 투입 전후로 공격의 창의성이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19분 대규모 교체와 함께 투입된 이강인은 특유의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왼발 킥력을 앞세워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특히 중앙에서 상대 수비진의 뒷공간을 단번에 허무는 로빙 패스를 찔러주거나, 측면 컷백을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득점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홈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스페인 현지 유력 매체인 AS는 이강인의 데뷔전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섞인 입체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매체는 이강인이 팀을 떠난 핵심 전력 앙투안 그리즈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며 그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게 샀다. 단순히 언론의 조명을 받는 스타성을 넘어 실질적으로 팀의 공격 전개에 큰 보탬이 될 자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그의 정교한 왼발은 아틀레티코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호평 뒤에는 냉정한 지적도 뒤따랐다. 현지 언론은 이강인이 그리즈만의 기록적인 활약에 당장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특히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볼 소유 시간'에 대해 따끔한 조언을 건넸다. 화려한 드리블과 키핑 능력은 장점이지만, 때로는 공을 너무 오래 끌다가 상대의 압박에 막혀 팀의 공격 템포를 늦추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빠른 공수 전환을 강조하는 시메오네 감독의 축구 철학과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 세 번째 실점 장면에서 이강인의 패스 타이밍이 한 박자 늦어지며 차단된 것이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메오네 감독은 선수들에게 빠른 판단과 간결한 처리를 요구하는 만큼, 이강인이 주전 자리를 확고히 굳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기인 볼 컨트롤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방출 타이밍을 최적화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지 언론의 쓴소리는 이강인이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을 짚어준 셈이다.

 

이강인은 짧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프리킥 전담 능력과 전진 패스 등 자신이 가진 무기들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제 막 팀 훈련에 합류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단계임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 무대로 돌아온 이강인이 현지의 냉정한 평가를 자양분 삼아 시메오네의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은 이제 곧 개막할 라리가 정규 시즌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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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40도·계곡 0.9도, 밀양 얼음골의 반전

결빙지 앞에 설치된 온도계가 가리킨 숫자는 놀랍게도 0.9도였다. 시내를 달구던 폭염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계곡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겨울의 한복판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발을 담그면 10초도 버티기 힘들 만큼 차가운 계곡물과 바위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자연이 빚어낸 천연 냉장고의 위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이러한 신비로운 현상의 비밀은 얼음골 특유의 지형 구조인 '너덜지대'에 숨어 있다. 겨울 동안 바위틈 깊숙한 곳에 저장되었던 차가운 공기가 여름철 외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밖으로 밀려 나오는 원리다. 해발 600m 지점의 결빙지에 다다르면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강한 한기가 피부를 파고든다. 과거에는 한여름에도 고드름이 맺힐 정도였으나,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이 유지되는 기간이 짧아져 6월 이후에는 직접적인 얼음을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도 공존한다.폭염을 피해 몰려든 인파로 얼음골 일대는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시내 거리는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해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얼음골 계곡은 나무 그늘과 너럭바위마다 자리를 잡은 피서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관리소 측에 따르면 여름철 방문객 수는 다른 계절에 비해 2배 이상 많으며, 8월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 차가운 골짜기를 찾는다. 피서객들은 인위적인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쾌적함에 감탄하며 계곡을 떠나지 못했다.얼음골 인근의 호박소 계곡 역시 피서 명당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웅장한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수박을 나눠 먹으며 더위를 잊는다.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는 시각적으로도 시원함을 선사하며, 벼랑 끝을 따라 조성된 잔도(棧道)를 걷다 보면 밀양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땀방울을 씻어준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걷는 벼랑길 체험은 얼음골과는 또 다른 매력의 이색 피서 코스로 자리 잡았다.자연의 신비를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도 결실을 보았다. 지난 4일, 총사업비 145억 원이 투입된 '얼음골 신비테마관'이 문을 열었다. 4층 규모의 이 시설은 얼음골이 형성되는 과학적 원리를 전시와 영상,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냈다. 특히 얼음골의 사계를 화려한 빛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관은 방문객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는 명소로 급부상했다. 계곡에서 몸으로 직접 느낀 한기를 시각적인 예술로 승화시킨 공간이다.기후 변화로 인해 매년 여름의 위세가 강해지고 있지만, 밀양 얼음골은 여전히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진 도심을 벗어나 0.9도의 한기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밀양의 폭염 속에서 발견한 이 차가운 낙원은 올여름 가장 강렬하고도 시원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