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2명이 연인·가족에게 목숨 잃는 충격적 실태

 최근 3년간 발생한 살인 사건의 약 20%가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 친밀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다섯 건의 살인 중 한 건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친밀한 관계에서 시작된 폭력이 극단적 결과로 이어진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발생한 총 1,920건의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 중 372건(19.4%)이 친밀관계 범죄가 선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밀관계에서의 폭력이 단순한 가정사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수치로 증명하는 결과다.

 

연도별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23년 147건, 2024년 155건, 그리고 2025년은 7월까지만 집계했음에도 이미 70건이 발생했다. 이는 매월 평균 12명이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의 피해 이후 살인 또는 살인미수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수치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밀관계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가정폭력이 136건(60.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교제폭력이 62건(27.6%), 스토킹이 22건(9.8%)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가장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피해자의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피해자 302명 중 여성이 222명으로 73.5%를 차지했으며, 남성 피해자는 80명으로 26.5%에 그쳤다. 이는 친밀관계 범죄가 성별에 따른 불균형적 피해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면, 2024년 11월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구미 스토킹 살인사건을 비롯해, 2025년 6월 인천 부평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살인, 5월 화성 동탄, 6월 대구 성서, 7월 대전에서 발생한 교제폭력 살인 등 친밀관계에서의 폭력이 극단적인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통계와 사례들은 친밀관계 범죄의 심각성과 대응 강화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현행법상 명확한 규정이 없는 교제폭력 문제에 대한 입법적 보완과 함께, 친밀관계 범죄 전반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 체계의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조은희 의원은 "경찰의 공식 통계를 통해서도 친밀관계 범죄의 심각성이 입증됐다"며 "입법 불비 상태인 교제폭력 문제를 비롯해 법제도 전반의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친밀관계 범죄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중대한 범죄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예방과 처벌 체계를 강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친밀관계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감정적 유대와 의존성, 그리고 지속적인 접촉 가능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범죄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 전략과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친밀관계 범죄의 초기 징후를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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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파워 스폿, 지친 몸에 박하 향 채우다

손길이 덜 닿은 태고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촛대처럼 우뚝 솟은 선바위와 붉은 병풍을 두른 듯한 자금병이 마주 보는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은 이 기이한 절경을 안과 밖을 가르는 '석문'이라 칭하며, 그 안쪽에 숨겨진 별세계를 소중히 여겨왔다.석문을 지나 임천마을로 들어서면 조선 시대 민가 정원의 정수로 꼽히는 서석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450년 전 선비 정영방이 당파 싸움을 피해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 정원으로, 연못 자체가 주인이 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최근 연구를 통해 정영방이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 정원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석지에 담긴 노련한 미학적 관점이 재조명받고 있다. 담장을 낮춰 바깥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비어 있는 마당으로 바람을 받아들이는 배치는 노학자의 원숙한 세계관을 보여준다.서석지 연못 안에는 물 위로 고개를 내민 19개의 기이한 돌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채 자리 잡고 있다. 정영방은 이 돌들에 나비나 갓끈을 씻는 바위 등의 명칭을 붙여 자연에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연못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도랑에도 맑음을 받아들이고 더러움을 뱉어낸다는 뜻의 이름을 붙여 마음 수양의 도구로 삼았다. 정원 안팎의 명소 48곳을 읊은 그의 시 구절을 따라 걷다 보면, 단순한 경치 감상을 넘어 선비의 고결한 정신세계를 마주하게 된다.영양의 또 다른 매력은 돌을 벽돌처럼 깎아 쌓은 모전석탑에서 발견된다. 전국에 몇 남지 않은 모전탑 중 3기가 영양에 모여 있는데, 국보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은 자기 존재를 과시하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대한 암반 위에 세워진 삼지동 모전석탑은 탑신 사이로 식물이 뿌리를 내려 마치 앙코르와트의 고대 신전을 연상케 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기교 대신 묵직한 미감을 선사하는 이 탑들은 영양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공간들도 영양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서석지 인근의 연당림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와 함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현대판 정자' 역할을 한다. 수비면 죽파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은 차갑고 알싸한 박하 향 같은 청량감을 선사하는 영양의 숨은 보석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하얀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일상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숲의 정령이 주는 맑은 기운만이 온몸을 감싼다.영양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의 '세심대'와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는 '동천'이 유독 많은 고장이다. 깎아지른 절벽인 척금대와 연꽃이 가득한 삼지리의 연못들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굳이 유명한 명소를 찾아 헤매지 않더라도, 굽이치는 반변천 물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가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박하 향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영양의 산천은 올여름 마지막 휴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적의 안식처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