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증조부 친일 논란…청하 '독립군 후손' 재조명

 연예계에 불어닥친 조상의 역사적 행적 논란이 대중의 관심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다. 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자랑스럽게 언급한 증조부의 이력이 친일 행적 의혹으로 번지자, 반대급부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가수 청하의 가족사가 다시금 조명받는 모양새다. 하영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증조부가 고종 황제를 진료한 한양 최초의 양의사였다며 4대째 이어온 의료 가문의 자부심을 드러냈으나, 방송 직후 해당 인물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하영의 증조부로 알려진 안상호는 1916년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에서 평의원으로 활동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역사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그는 1909년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매국노 이완용을 치료한 의료진 중 한 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황실 의사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가려진 친일 협력 정황이 드러나자 대중은 배신감을 토로했고, 이는 결국 하영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신작의 홍보 인터뷰가 전면 취소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수 청하의 외조부인 석은 김용근 선생의 삶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로 꼽히며 찬사를 받고 있다. 김용근 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를 단호히 거부하고 총독 암살을 꾀한 비밀 조직에서 활동하다 두 차례나 옥고를 치른 강직한 독립투사였다. 그의 헌신은 광복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으며, 6.25 전쟁 참전은 물론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제자들을 보호하다 수감되는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마다 정의의 편에 섰다.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과 5.18 유공자 인정을 받은 외조부의 정신은 손녀인 청하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청하는 과거 활동 공백기 중에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취득하며 올바른 역사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어머니의 권유와 본인의 의지가 더해져 시작된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중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연예인의 가족사가 작품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영의 논란으로 인해 동료 배우인 정해인까지 인터뷰 일정을 취소하는 등 민폐 논란까지 더해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중은 단순히 조상의 과오를 연좌제로 묶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방송에서 미화하려 했던 태도에 더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역사를 대하는 두 연예인의 상반된 행보는 광복절을 앞둔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쪽은 조상의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다 과거의 오점에 발목이 잡혔고, 다른 한쪽은 묵묵히 역사를 공부하며 조상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길을 택했다. 이번 논란은 공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중 앞에 서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되었으며, 연예계 전반에 걸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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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파워 스폿, 지친 몸에 박하 향 채우다

손길이 덜 닿은 태고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촛대처럼 우뚝 솟은 선바위와 붉은 병풍을 두른 듯한 자금병이 마주 보는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은 이 기이한 절경을 안과 밖을 가르는 '석문'이라 칭하며, 그 안쪽에 숨겨진 별세계를 소중히 여겨왔다.석문을 지나 임천마을로 들어서면 조선 시대 민가 정원의 정수로 꼽히는 서석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450년 전 선비 정영방이 당파 싸움을 피해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 정원으로, 연못 자체가 주인이 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최근 연구를 통해 정영방이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 정원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석지에 담긴 노련한 미학적 관점이 재조명받고 있다. 담장을 낮춰 바깥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비어 있는 마당으로 바람을 받아들이는 배치는 노학자의 원숙한 세계관을 보여준다.서석지 연못 안에는 물 위로 고개를 내민 19개의 기이한 돌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채 자리 잡고 있다. 정영방은 이 돌들에 나비나 갓끈을 씻는 바위 등의 명칭을 붙여 자연에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연못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도랑에도 맑음을 받아들이고 더러움을 뱉어낸다는 뜻의 이름을 붙여 마음 수양의 도구로 삼았다. 정원 안팎의 명소 48곳을 읊은 그의 시 구절을 따라 걷다 보면, 단순한 경치 감상을 넘어 선비의 고결한 정신세계를 마주하게 된다.영양의 또 다른 매력은 돌을 벽돌처럼 깎아 쌓은 모전석탑에서 발견된다. 전국에 몇 남지 않은 모전탑 중 3기가 영양에 모여 있는데, 국보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은 자기 존재를 과시하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대한 암반 위에 세워진 삼지동 모전석탑은 탑신 사이로 식물이 뿌리를 내려 마치 앙코르와트의 고대 신전을 연상케 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기교 대신 묵직한 미감을 선사하는 이 탑들은 영양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공간들도 영양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서석지 인근의 연당림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와 함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현대판 정자' 역할을 한다. 수비면 죽파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은 차갑고 알싸한 박하 향 같은 청량감을 선사하는 영양의 숨은 보석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하얀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일상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숲의 정령이 주는 맑은 기운만이 온몸을 감싼다.영양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의 '세심대'와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는 '동천'이 유독 많은 고장이다. 깎아지른 절벽인 척금대와 연꽃이 가득한 삼지리의 연못들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굳이 유명한 명소를 찾아 헤매지 않더라도, 굽이치는 반변천 물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가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박하 향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영양의 산천은 올여름 마지막 휴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적의 안식처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