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위고비 쓰는 여성, 임신 계획 없다면 피임법 다시 확인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치료제를 찾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약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임신 가능성과 피임 방법이다. 최근 마운자로와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부 여성 사용자 사이에서는 “약을 쓰는 동안 예상치 못하게 임신했다”는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단순한 온라인 경험담으로 넘기기에는 의료계가 지적하는 약물 작용과 생리적 변화가 맞물려 있다.

 

특히 주목되는 약은 마운자로다. 마운자로의 주요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늦춘다. 이 작용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문제는 같은 원리로 함께 복용하는 약의 흡수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라면 이 변화가 피임 효과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계는 마운자로 투약을 처음 시작하거나 용량을 올리는 시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약물이 몸에 들어가 위 배출 속도에 변화를 주는 초기에는 경구피임약의 흡수가 일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약동학 연구에서 티르제파타이드와 경구피임약을 함께 투여했을 때 피임약의 최고혈중농도인 Cmax가 최대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마운자로를 시작하거나 용량을 증량한 뒤 4주 동안 추가 피임이나 비경구 피임법을 병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예상치 못한 임신 가능성은 경구피임약 복용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비만은 생리 불순, 배란 장애, 다낭성난소증후군 등과 관련될 수 있다. 체중이 줄고 대사 상태가 개선되면 이전에는 불규칙했던 배란 기능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 즉 비만치료제가 임신을 직접 유도한다기보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몸의 호르몬 환경이 바뀌고 가임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같은 현상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사용하던 중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했다는 경험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오면서 마운자로 베이비와 위고비 베이비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이러한 표현은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GLP-1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임신 가능성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도 관련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 해당 기관에는 GLP-1 기반 의약품 사용자가 의도치 않게 임신했다는 보고가 40건 넘게 접수됐다. 보고된 사례만으로 약물과 임신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규제당국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라면 약물 사용 전 피임과 임신 계획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위고비 역시 여성 사용자에게 임신 관련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다. 위고비의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 속한다. 마운자로처럼 경구피임약 흡수 저하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아니지만,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을 통해 배란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여성이라면 약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위고비 처방이 확산된 데 이어 마운자로까지 관심이 커지면서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여성은 빠르게 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제 사용 후기뿐 아니라 생리 주기 변화, 피임에 대한 문의, 임신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약물 사용 전 확인해야 할 생식 건강 정보가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임신 중 안전성이다. GLP-1 기반 비만치료제의 제품설명서에는 임신 중 태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임신 중 사용해도 괜찮다고 확인된 약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약물 사용 중 임신이 확인되면 계속 맞아도 되는지, 바로 중단해야 하는지, 태아에게 영향은 없는지 등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이라면 약물 시작 전부터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비만치료제는 단기간 체중 감량을 목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약물 중단 시점과 체중 관리 방법, 배란 상태, 기존 질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생리 주기가 불규칙했던 여성이 약물 사용 후 주기가 달라졌다면 임신 가능성을 이전과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

 

피임약을 복용 중인 여성도 자신의 피임 방식이 충분한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경구피임약은 복용 시간과 흡수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마운자로처럼 위 배출 속도에 영향을 주는 약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일정 기간 경구피임약만으로는 불안정할 수 있다. 이때는 콘돔을 함께 사용하거나, 의료진과 상담해 자궁 내 장치나 주사제 등 비경구 피임법을 검토할 수 있다.

 

비만치료제는 분명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이다. 체중을 줄이고 혈당과 대사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하지만 약효가 강한 만큼 사용 전 확인해야 할 조건도 많다.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는 단순히 “얼마나 빠지느냐”보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가”, “피임은 충분한가”, “임신 중 노출 위험은 없는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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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의 파워 스폿, 지친 몸에 박하 향 채우다

손길이 덜 닿은 태고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촛대처럼 우뚝 솟은 선바위와 붉은 병풍을 두른 듯한 자금병이 마주 보는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사람들은 이 기이한 절경을 안과 밖을 가르는 '석문'이라 칭하며, 그 안쪽에 숨겨진 별세계를 소중히 여겨왔다.석문을 지나 임천마을로 들어서면 조선 시대 민가 정원의 정수로 꼽히는 서석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450년 전 선비 정영방이 당파 싸움을 피해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 정원으로, 연못 자체가 주인이 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최근 연구를 통해 정영방이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 정원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석지에 담긴 노련한 미학적 관점이 재조명받고 있다. 담장을 낮춰 바깥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비어 있는 마당으로 바람을 받아들이는 배치는 노학자의 원숙한 세계관을 보여준다.서석지 연못 안에는 물 위로 고개를 내민 19개의 기이한 돌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채 자리 잡고 있다. 정영방은 이 돌들에 나비나 갓끈을 씻는 바위 등의 명칭을 붙여 자연에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연못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도랑에도 맑음을 받아들이고 더러움을 뱉어낸다는 뜻의 이름을 붙여 마음 수양의 도구로 삼았다. 정원 안팎의 명소 48곳을 읊은 그의 시 구절을 따라 걷다 보면, 단순한 경치 감상을 넘어 선비의 고결한 정신세계를 마주하게 된다.영양의 또 다른 매력은 돌을 벽돌처럼 깎아 쌓은 모전석탑에서 발견된다. 전국에 몇 남지 않은 모전탑 중 3기가 영양에 모여 있는데, 국보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은 자기 존재를 과시하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대한 암반 위에 세워진 삼지동 모전석탑은 탑신 사이로 식물이 뿌리를 내려 마치 앙코르와트의 고대 신전을 연상케 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기교 대신 묵직한 미감을 선사하는 이 탑들은 영양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공간들도 영양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서석지 인근의 연당림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와 함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현대판 정자' 역할을 한다. 수비면 죽파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은 차갑고 알싸한 박하 향 같은 청량감을 선사하는 영양의 숨은 보석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하얀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일상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숲의 정령이 주는 맑은 기운만이 온몸을 감싼다.영양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의 '세심대'와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는 '동천'이 유독 많은 고장이다. 깎아지른 절벽인 척금대와 연꽃이 가득한 삼지리의 연못들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굳이 유명한 명소를 찾아 헤매지 않더라도, 굽이치는 반변천 물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가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치유의 과정이 된다. 박하 향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영양의 산천은 올여름 마지막 휴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적의 안식처가 되어준다.